이준석은 '음주 당무' 비난… 손학규, 침묵하다 "금도 있는 정치하자" 한마디
  • ▲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들이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손학규 당대표 퇴진 문제를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이종현 기자
    ▲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들이 22일 최고위 회의에서 손학규 당대표 퇴진 문제를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 ⓒ이종현 기자
    손학규 대표 퇴진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갔다. 22일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를 앞에 두고 “나이가 들어 정신이 퇴락했다”는 말까지 했다. 내내 침묵하던 손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고서야 ‘정치의 금도’를 말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215호실은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취재진이 목도한 것은 손 대표 퇴진파와 옹호파 사이의 진흙탕싸움이었다.   

    이날 싸움은 손 대표가 퇴진파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안건 5개의 상정을 거부하며 시작됐다. 

    하태경 최고위원이 먼저 발끈했다. 하 위원은 손 대표를 겨냥해 "한 번 민주투사는 영원한 민주투사가 아니다“라며 ”민주투사가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되면 독재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것이 정치가의 숙명"이라며 "혁신하지 못해 몰락한 정치가를 수없이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당 지분 발언도 나왔다.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29%인가를 받고, 제가 23%, 이준석이 19%를 받았다“며 ”우리 당은 집단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손 대표는 우리 당 지분의 3분의 1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50% 지지율을 받은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당무거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손 대표, 음주상태에서 단식 결의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상대로 ‘폭로전’을 벌였다. 손 대표가 지난해 12월 단식투쟁을 선언하기 직전 '연태' 고량주를 마신 상태였다는 것이다. 

    전날 손 대표의 측근인 전·현직 당직자들이 이 최고위원을 향해 보궐선거 기간 ‘음주유세’를 했다고 공격한 데 대해 보복성 공격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음주유세’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손 대표님이 요청해 유세차에 올랐던 것 아니냐”며 “이렇게 앞뒤 잘라서 공격할 것 같으면 ‘손 대표님은 음주상태로 단식을 결의한 적 없는지, 대표직을 걸고 답하시라'고 말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시간이 갈수록 손 대표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발언은 아꼈다. 대신 손 대표가 임명한 임재훈 사무총장이 총대를 멨다.  

    손 대표에게 발언권을 얻은 임 사무총장은 “당헌·당규 5조에 따르면 안건은 사무총장이 일괄정리해서 당대표가 상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당대표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사무총장은 또 손 대표 퇴진을 요청한 최고위원들을 향해 “애당심도 높이 평가하고, 손 대표의 비전과 상황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좋다”면서도 “'연세가 들어서 어떻다'는 발언은 어르신들이 듣기에 불편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은 “최고위원이 아니면 발언을 자제해 달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급기야 이준석 의원은 “사무총장이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해석하며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고위가 다수의결로 모호한 당헌·당규를 해석하도록 하는 것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는 회의 후 “금도가 살아 있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며 “안건은 상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음주당무’와 관련 “그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하태경 최고위원 등 퇴진파들은 내일 다시 ‘임시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퇴진파가 요청한 안건 상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