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1주년 맞춰 美 비난…러시아·중국 “미국의 비핵화 전략에 이의 없다”
  • ▲ 북한이 교체를 요구한 이튿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 나와 차분하게
    ▲ 북한이 교체를 요구한 이튿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브리핑에 나와 차분하게 "내가 대북협상 책임자"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판문점선언’ 1주년을 전후로 연일 미국을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화준비가 돼 있다”는 답만 내놓았다. 북한의 비난을 사실상 무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편을 들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정부의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 초청에 답하지 않고 연일 미국을 비난했다.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늦어지는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린 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매체들은 미국이 남북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성명을 내놓았다.

    美, 두 달째 “북한과 대화준비 돼 있다” 대답 반복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ARS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 수준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비핵화 협상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김정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가졌던 확대회담은 많은 문제들에 대해 서로의 자세한 입장을 교환하고 간극을 좁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미국정부는 이런 협상을 계속 이어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7일과 4월2일에도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이 아무리 협박과 비난을 해도 대화할 준비는 돼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영혼없는 반응’에 약이 올랐는지 북한은 지난 27일에도 대미 비난성명을 내놨다. 북한 ‘반제민족민주전선’은 이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민족사를 창조하기 위한 투쟁에 매진할 것”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치켜세우면서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민족의 지향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맞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도래하던 화해와 단합, 평화의 기운은 다시 대결과 전쟁의 찬 서리를 맞을 엄중한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필요 없고, 제안할 때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YTN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어 “미국은 남측에 (남북협력의) ‘속도조절’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면서 남북합의 이행을 자기네의 대북제재 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 다방면으로 획책하고 있고, 보수세력들은 남북선언을 폄하하고 이행을 가로막아서다 못해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으로 되돌려보려고 안간힘을 써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제민족민주전선은 “남측의 현 당국자들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서두르며 친미사대주의의 고질적 악습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면서 “지금 정세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과거로 돌아가는가 하는 엄혹한 기로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정부를 협박했다. 이어 남북한이 하나로 뭉쳐 미국과 그 괴뢰세력인 한국 우파진영을 제거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푸틴 “지금은 북한 비핵화 전략이나 논의할 때 아냐”

    북한은 이처럼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마저 미국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와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 어떤 새로운 제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17년에 합의한 원칙(쌍중단-쌍궤병행,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고, 단계적 비핵화를 실행하는 것)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뿐”이라며 북한 측을 위해 새로운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의견만 교환했을 뿐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푸틴 대통령과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별다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이런 태도를 보고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러-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얻어낸 게 없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