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말레이서 인니어로 인사, 금주국 브루나이에서 "건배", ASEM 때는 기념사진 빠지기도
  • ▲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건배하고 있다. 2019.3.11ⓒ연합뉴스
    ▲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브루나이 왕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건배하고 있다. 2019.3.11ⓒ연합뉴스
    지난주 아세안 3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결례' 논란이 확산일로다. 말레이시아에선 잘못된 인사말이 구설에 올랐고, 브루나이에 방문 때는 건배 제의가 '금주(禁酒)' 전통을 가진 현지인들을 자극했다. '결례'는 아세안 순방 때뿐 아니다. 청와대 의전과 외교 라인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16일 6박7일 일정으로 브루나이(10~12일)·말레이시아(12~14일)·캄보디아(14~16일) 등 아세안 3개국을 순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현지어로 '슬라맛 소르(Selamat sore)'라고 인사했다. 

    회견이 열린 시각인 오후시간대에 맞춘 인사말이었는데, 이 표현은 말레이시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인사였다. 말레이어의 오후 인사말은 '슬라맛 쁘땅(Selamat petang)'이다. 

    문 대통령은 또 하루 전인 12일 낮 열린 한·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 축사에서 '슬라맛 말람(Selamat malam)'이라고 말했다. 이는 낮인사가 아닌 밤인사다. '슬라맛 쁘땅'이 옳은 표현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한때 연방 성립 문제로 소규모 전쟁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관계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말실수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주국가 브루나이에서 건배 제의

    말레이시아 이전 순방국인 브루나이에서도 외교결례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만찬에서 국왕을 비롯한 브루나이측 수행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이슬람국가인 브루나이는 금주국가다. 주류 판매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며,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처벌된다. 외국인에 한해 숙소 등 제한된 장소에서 사전에 반입한 술을 마실 수 있다. 

    당시 만찬 참석자들의 잔에는 술이 아닌 물과 주스 등이 채워져 있었지만, 술 대신 물로 건배를 해도 자국내 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무슬림 국가에서 만찬 때 건배 제의를 하지 않는다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브루나이와 사전조율을 거쳐서 만찬사가 작성됐고, 그 만찬사에는 당연히 건배사 제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 순방지인 캄보디아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중이던 15일 공식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소개 글을 올렸다. 

    그런데 게시글에는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 있는 종합예술문화시설인 '국가양청원(國家兩廳院)' 사진을 올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청와대는 급히 사진을 내리고 캄보디아의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진을 다시 올렸다. 문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동남아 3개 국가에서 모두 외교적 결례를 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체코슬로바키아' 오류에 '혼밥' 논란도 

    지난해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의전팀이 엘리베이터를 미리 준비하지 않아 정상들의 기념사진 촬영에서 빠졌다. 

    같은해 11월 문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당시 외교부는 공식 트위터에 체코의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게시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단되면서 사라진 국명이다.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는 '혼밥 홀대' 논란이 일었다. 

    靑 기강 해이에 비전문가 채용 겹쳐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참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의전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비서실 전반의 기강해이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관련 분야 실무경험이 부족한 비전문가를 기용하는 청와대의 인사성향과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전임인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은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의전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다. ASEM 정상 간 사진촬영 불참, 체코 국명 오기(誤記) 사건도 김 전 비서관이 재직할 때 벌어졌다.

    이낙연 총리 "전문성 떨어지는 직원 있었다" 시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결례' 논란에 대해 "(청와대⋅외교부 등에) 뭔가 집중력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청와대는 20일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후임으로 홍희경 전 MBC C&I 부국장을 임명했다. 홍 선임행정관은 1992년 MBC C&I의 전신인 MBC 프로덕션에 입사해 공연·전시·축제 등 각종 행사 기획업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