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땐 '친박' 김진태·황교안 유리… '비박' 홍준표·김문수·주호영은 단일화 모색
  • ▲ 지난 2일 대구를 찾은 자유한국당 당 대표 주자들(사진 왼쪽부터 정우택, 김문수, 심재철, 주호영, 오세훈.ⓒ뉴데일리 이지연 기자
    ▲ 지난 2일 대구를 찾은 자유한국당 당 대표 주자들(사진 왼쪽부터 정우택, 김문수, 심재철, 주호영, 오세훈.ⓒ뉴데일리 이지연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10명 안팎의 당대표 후보가 난립하면서 '컷오프제(예비경선)' 도입이 탄력을 받았다. 당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규모를 두고 계파별 이견이 크다. 3~5명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당대표 후보군의 구체적 윤곽은 이번 주 안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9일 오전 한국당사에서 출마를 선언한다. 황 전 총리와 더불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출마 여부도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은 각각 30일과 31일 열리는 출판기념회에서 생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의원과 정우택 의원도 31일 당대표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앞서 27일 주호영 의원이, 23일 안상수·김진태 의원이 각각 당권 출마의사를 밝혔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조경태 의원의 출마도 점쳐진다. 현재까지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물만 10여 명이다. 

    '컷오프' 공감대... 29일 전체회의 때 도입 여부 논의

    상황이 이쯤 되자 당 내부에서는 '컷오프 도입' 주장이 탄력을 받았다. 컷오프를 실시할 경우 사실상 전대를 두 번 치르는 셈이어서 간접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전대 선관위는 29일께 전체회의를 통해 컷오프 도입 여부와 기준 등을 포함한 전대 룰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석기 선관위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전대 출마자들이 너무 많아 컷오프제 도입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라며 "컷오프에 앞서 합동연설회는 몇 번을 할지, 여론조사 비율은 어떻게 할지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컷오프가 도입될 경우 일단은 황 전 총리,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에 유리하리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현재의 책임당원 분포만 놓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컷오프를 할 경우 책임당원의 과반이 집중된 TK 지역 당심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탄핵정국을 거치며 TK 지역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이라 하루아침에 판세를 역전시키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 대구·경북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비박계는 TK 당심을 얻을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비박계 후보들이) PK로 가는 것 아니겠나”라며 “황 전 총리가 돼야 한다는 민심이 뚜렷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비박계에서는 '단일화' 여부가 최대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친박계에서는 이미 TK 민심을 등에 업은 황 전 총리와 태극기세력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 등 유력후보군이 좁혀진 상황이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이렇다 할 확실한 카드가 없어 표가 분산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2월 비박계 김학용 후보를 누르고 압승을 거둔 나경원 원내대표 사례가 비박계를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홍 전 대표는 벌써부터 김 전 경기지사, 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과 단일화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勢) 결집을 위해 세 사람 중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기로 공감대를 나눴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지난 23일 “주 의원과는 지난주, 김 전 지사와는 22일 만나 TK 주자 단일화 필요성을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나가게 된다면 세 사람 중 가능성 높은 사람으로 몰아주자’고 이야기가 됐다”며 “보수의 심장에서 보수당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지사와 주 의원은 이후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여 실제 홍준표-김문수-주호영 단일화 과정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