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 "임금인상→소비확대→고용창출"은 비현실적
  •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가 19일 뉴데일리 사옥에서 최저임금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가 19일 뉴데일리 사옥에서 최저임금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나며 시장에 몰아치는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가 인상되면서 영세업자들은 "살인 행위"라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 재심의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로 인해 '소비를 늘리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인지 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른바 문재인 정부의 소득성장론의 근본을 잘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민도 금융이 필요하다> 등을 저술하는 등 서민금융전문가로 꼽히는 박덕배 대표를 19일 오후 뉴데일리 편집국에서 직접 만나 현재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적정임금을 찾아가는 과도기라는 점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소비를 확대시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그릴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했다.

    ◆ "최저임금만이 문제는 아니다"

    현재 편의점 주를 비롯한 영세자영업자들은 "더 주고 싶어도 도저히 최저임금을 맞춰줄 수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최저시급 8,000원을 초과하면 차라리 가게를 접는 편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 두고 박덕배 대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적용 후 고용이 줄고 '못살겠다'는 소리가 나왔는데 또다시 큰 폭으로 임금이 올랐다"며 "고용이 감소하는 상황에 점주가 직접 몸으로 떼우는 상황이다보니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악화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데 최저임금 8,000원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모든 경제가 다 안좋아졌다는 것"이라며 "8,000원도 사실 적정임금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윤이 남지않는 이유는 임대료나 가맹점 카드 수수료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박덕배 대표는 "임대료는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도 한국이 높은 편"이라며 "또 요즘 대부분 소비자들이 카드결제를 하면서 그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영세업자들에게는 이 수수료로 인한 수익 차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가 19일 뉴데일리 사옥에서 최저임금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임금 인상,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박 대표는 "한 측면에서 보면 현재 자영업자의 공급과잉 상태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모두 자영업에 뛰어들며 시장의 파이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 자체, 총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박 대표 역시 "임금 인상 각론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 감소라는 부작용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고용이 다 된 상태라면 근로자 소득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되겠지만, 실제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대부분 '저경험자, '저숙련자'들이기에 임금이 올라가면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수요가 적어진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으로 근로자들의 소비여력이 늘어나야 하는데 저경험자(사회초년생, 비숙련자)들이 여기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그들의 소비 여력은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겠다'는 주장이 논리에 맞는 이야기인지 전반적으로 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 취지와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이 역으로 고용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패스트푸드점만 가도 알바생을 줄이고 자동화시스템을 놓지 않았느냐. 몇 안되는 직원들은 쉴 틈이 없어보이더라"며 근로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미봉책'에 불과해

    최저임금발(發) 고용대란을 우려한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놨다.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지원 요건을 명확히 정하지 않아 자금이 엉뚱한 데로 새고 있다는 지적도 최근 연이어 나온 바 있다.

    박덕배 대표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한시적인 대책 밖에는 될 수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어느 정부를 떠나서 현실 경제를 보고 하는 말"이라고 강조하며 "근본적으로 청년층에 장기간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일자리를 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합의한 '하반기 경제 전망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번 정부에서 싫어할 '포퓰리즘' 단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합리적 복지를 위해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가 19일 뉴데일리 사옥에서 최저임금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하반기 및 내년도 경제, 올해와 비슷할 것

    일각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경제 한파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박 대표는 "큰 외부충격이 없다면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경제성장률 2.5~3%)의 경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저금리 유지, 가계부채, 부동산 정책 등이 복합적인 내수 부진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며 "여기에 은퇴 세대가 많아지며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돈을 빌린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진다"며 "그런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구조조정이다. 기업 구조조정 뿐 아니라 이제는 부동산 대책 등으로 인한 가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창출되도록 해야"

    박덕배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고용'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는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고용을 해야지, 억지로 공공기관에서 고용을 유도하는 것은 임시방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고용 확대와 손실은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메꿀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임금을 높이면 고용이 감소된다' 혹은 '임금을 높이면 고용이 증대된다'는 말 중 어느 쪽도 100%는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일자리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중심 성장론'의 근본 정책이지만 이를 단순히 임금과의 연관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박 대표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본인들의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하는 반면, 반대 측은 폐기해야 할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며 "그러나 적정임금으로 향하는 그 과도기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는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1년간 이번 정부가 '성과연봉제 폐지 및 최저임금 도입'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데,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힘들게 만들어놓은 정책을 전면 폐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책에는 반드시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