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참여연대 안국빌딩, 金 청렴 강조하며 여의도 당사, 安 박원순 맞은편서 대치전
  • ▲ 부처님 오신날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 참석한 안철수(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DB
    ▲ 부처님 오신날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에 참석한 안철수(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뉴시스 DB

    선거에서 캠프를 꾸리는 일은 당락을 결정짓기도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선거캠프에 어떤 인사를 앉히느냐에 따라 표심은 요동친다.

    선거사무소를 어떤 건물에 만드느냐도 이에 못지 않다. 선거사무소를 잘 고른 덕분에 당선됐다는 얘기나 잘 못 골라 낙선됐다는 징크스는 자주 회자되는 정치권 후일담이다.

    정책보다 인물론이 부각되는 선거는 더 그렇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번화가에 걸린 선거사무소 외벽 광고는 유권자에게 후보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또 각인시킨다. 지방선거의 꽃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원순·김문수·안철수 후보 역시 선거사무소 설치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뉴데일리 이유림 기자
    ▲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뉴데일리 이유림 기자

    ◆ 무조건 안국빌딩… 참여연대의 추억 박원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 30일을 앞두고 안국역 인근 안국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박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압승했지만 시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한 차례 캠프를 해산하기도 했다.

    안국빌딩은 2011년 박 후보가 처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때도 캠프로 썼다. 과거 박 시장이 사무처장으로 이끈 참여연대가 있던 건물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건물주와의 관계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해당 건물 주인은 참여연대 시절부터 박원순 시장과 맺어온 인연 때문에 다른 정치인에게는 일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덕분에 박 후보 측은 비교적 수월하게 캠프 자리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박 후보는 해당 건물의 1층과 3층, 총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안국빌딩은 층당 479㎡(145평)로 지난 3일 기준 3.3㎡(1평)당 임대료는 6만1000원이다. 월 임대료를 단순 계산하면 885만원 수준이다.

  • ▲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 ⓒ뉴데일리 이유림 기자
    ▲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 ⓒ뉴데일리 이유림 기자

    ◆ 박원순과 마주 본 안철수, 동일빌딩 징크스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박원순 캠프 바로 맞은편 동일빌딩에 자리 잡았다. 두 캠프는 약 120M 거리로 걸어서 5분 거리다. 2011년 서울시장 양보를 두고 가진 악연이 이번 선거까지 이어진 셈이다. 안 후보는 캠프 개소식 때 건너편 박원순 캠프를 바라보며 "제가 그때 편지 들고 갔었는데…"는 혼잣말로 악연을 되새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선이 유력시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의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찾아간 곳이 안국빌딩이었다.

    안 후보 선거사무소가 설치된 동일빌딩은 '모두 낙선한 후보들이 머문 자리'라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주로 민주당 후보들이 해당 건물에 캠프를 차렸는데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은 이 건물을 꺼린다고 한다. 동일빌딩은 또 바로 앞에 차도가 있어 풍수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안철수 캠프는 2층, 4층, 7층, 10층 등 총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동일빌딩은 층당 297㎡(90평)으로, 지난 3일 기준 3.3㎡(1평)당 임대료는 9만3000원이다. 1개층 기준 월 임대료를 단순 계산할 경우 837만원이다.

  • ▲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외벽에 새로운 당명이 쓰인 현수막으로 교체하고 있다. ⓒ뉴시스 DB
    ▲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외벽에 새로운 당명이 쓰인 현수막으로 교체하고 있다. ⓒ뉴시스 DB

    ◆ 자유한국당 당사에 김문수 캠프… 일석이조 효과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한국당 당사 건물 여의도 한양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막대한 캠프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한양빌딩의 한 층 한 달 임대료는 약 1천만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는 당과 김 후보 측이 나눠 부담하고 있다.

    김문수 캠프 측은 "캠프가 당사에 위치해 임대료 등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당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일석이조"라고 했다. 또 "김 후보가 '내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정상'이라는 말씀을 자주 한다"며 "자금력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누구보다 청렴한 후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당사 3층과 10층, 총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캠프가 당사에 위치한 덕분에 당직자들이 분주히 오고가는 모습은 눈에 띈다.

  • ◆ 허리띠 졸라맨 김문수, 일단 지른 안철수

    선거사무소를 임대하는 건물 위치가 중요한 점은 결국 '돈'의 문제이기도 하다. 선거공보물 인쇄 등 굵직한 선거운동을 제외하면 선거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선거캠프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율 15% 안팎을 보이는 후보들은 돈 문제에 더욱 예민하다. 선거결과 유효투표총수의 0~15%를 득표하면 선거 비용의 절반을 돌려받고, 15% 이상 득표한 경우 지출 선거 비용의 전액을 보전 받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비용 책정액은 34억 9천400만 원이다. 

    김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을 고려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안 후보는 월 1천만원에 육박하는 캠프 임대료를 흔쾌히 쓰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공개한 내역에 따르면 안 후보의 재산은 약 1천 195억 원 정도다. 선거 비용 제한액 34억 9천 400만 원은 안 후보 전 재산의 3.4%에 불과하다.

    반면 2014년 공직자 재산 신고액을 보면 김 후보의 재산은 약 4억 5천만 원으로, 당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당내 경선에서도 중도 사퇴했다. 3억원에 달하는 기탁금(경선후보 등록비용)이 부담스러웠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탁금은 법정 선거 비용에 포함되지 않아 설령 당선이 된다 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이들의 재산은 이번 지방선거 본후보 등록 기간인 24~25일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