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정무비서 JTBC 인터뷰서 주장, 미래권력 덮친 미투운동… 이래도 탁현민인가
  • 미투 운동(Me Too : '나도 당했다'라는 뜻으로, 피해여성에 의한 용기있는 성폭력·성추행·성희롱 폭로 운동을 통칭)이 마침내 더불어민주당의 미래권력으로 꼽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덮쳤다.

    여권의 가장 핵심부 인사까지 왜곡되고 비뚤어진 성의식·성문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폭로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감싸고 돌 일이 아니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종합편성채널 JTBC의 단독 보도에서, 안희정 지사의 정무비서 김모 씨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이후 안희정 지사로부터 4차례의 성폭행과 수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지사 캠프에서 홍보기획을 담당했으며, 대선 직후 안희정 지사가 직접 수행비서로 특채했다.

    수행비서로 특채된 김 씨는 직후부터 안희정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안희정 지사의 성폭력은 지난해 7월의 러시아 외유와 9월의 스위스 외유 등 해외에서까지 이어졌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스위스 외유 이후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됐지만, 성폭력의 마수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특히 "안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람이 추가로 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이르면 6일 안희정 지사를 강간 혐의로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희정 지사 측은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안희정 지사 측의 주장은 법률적·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비서 김 씨는 업무와 고용 관계로 안희정 지사의 지시·감독을 받는 인물"이라며 "설령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형법 제303조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형법은 제303조 1항에서 업무·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미 처자(妻子)가 있는 안희정 지사가 백번 양보해서 자신의 해명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하더라도, 이는 곧 간통이며 불륜일 수밖에 없다.

  • 정치권 관계자는 "안희정 지사를 한때 차기 대통령 감으로 생각했었다"며 "충남도지사 불출마 이후 당대표든 보궐선거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장났다고 바라봤다.

    당 소속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 연루에 민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9시부터 추미애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비공개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당청(黨靑)은 한몸이기 때문에,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결자해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출판물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이제는 결정지어, '미투 운동'이 불붙고 있는 사회를 향해 올바른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탁현민 행정관은 임명 과정에서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의 내용이 널리 알려지면서, 출판물에 의한 성폭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탁현민 행정관은 이들 저서와 대담집에서 "남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수학 시간에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은 선생님"이라며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했다고 밝히며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여학생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했다"며 "걘 쿨한 애"라고까지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탁현민 행정관은 지난해 7월 SBS TV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자리에서 "헌신하겠다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왔는데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조만간 청와대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스로 조만간 거취를 정리하겠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권력의 핵심에서 공직을 맡고 있는 것이 사회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에 대해 이제는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