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출신의 '세기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75)가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통하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10월 2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여섯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정말 기쁘다. 한국에는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한국인들과 노래해왔는데 이런 무대에 함께해서 좋은 기회이고, 기쁘게 생각한다."

    도밍고는 9월 30일 오후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만든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의 한국 수상자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테너 김건우와 문세훈, 소프라노 강혜명과 박혜상이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며, 연주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휘는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 유진 콘이 맡는다. 공연은 1부 오페라 아리아, 2부는 뮤지컬과 팝송 등 친숙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 현재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오페라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에서 김건우는 지난 7월 우승을 차지했으며, 박혜상은 2015년 2위에 입상하며 도밍고와 인연을 맺었다.

    오페라리아 콩쿠르는 도밍고가 후배 양성을 위해 1993년 개최한 대회로, 그간 베이스 연광철(1993), 소프라노 김성은(1995), 테너 김우경(2004), 바리톤 양태중(2007)이 각각 1위를 수상하는 등 한국 성악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도밍고는 "커리어 초반부터 젊은 성악가들과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였다. 오페라리아를 통해 숨겨진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발견해 큰 기쁨이다. 현재까지 오페라리아에 10명 정도의 한국인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들은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테너 김건우는 "마에스트로와 함께 무대에 서서 무한한 영광이다. 팽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회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도밍고와 듀엣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레고 긴장된다"며 남다른 소감을 드러냈다.

    이어 소프라노 박혜상은 "작년에 도밍고 선생님을 처음 뵙고 올해 멕시코에 초청받아 이건우, 문세훈씨와 함께 게스트로 서게 되었다. 올해 다시 초청해주셔서 큰 영광이고 기대된다. 준비를 많이 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소프라노 강혜명 또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볼을 꼬집고 싶을 정도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정말 감격스럽다. 게스트 선정에 고심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최종 게스트로 선택돼 매우 기쁘다. 10월 2일 최고의 콘서트로 여러분과 마에스트로에게 보답하고 싶다"라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1991년부터 2014년까지 다섯 번의 내한 공연을 열었다. 올해 75세를 맞은 도밍고는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노래로는 월드 투어를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새 앨범 'Encan Del Mar-Mediterranean Songs'를 발매했으며, 최근까지도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격정적인 아리아를 부를 만큼 여전한 기량을 입증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번 내한 공연에 대해 그는 "현재 건강상태는 좋다. 다만 제가 한국에 얼마나 더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시 돌아오기를 무척이나 고대할 뿐이다. 사람 일은 모르지 않나. 제가 노래를 3개월 더 부를 수 있지, 3년 더 부를 수 있을지… 2014년 이후 한국에 왔는데 비슷한 기간을 갖고 또 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1957년 바리톤 가수로 데뷔한 도밍고는 테너와 바리톤을 영역을 오갈 뿐 아니라,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뮤지컬 넘버 등의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16년 기준 147개 배역과 4000회의 공연(레코딩 포함), 9번의 그래미상 수상, 3번의 라틴 그래미상 수상, 프랑스 레종 훈장, 영국 기사 작위, 미국 자유의 메달 수훈 등의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성악가의 모습 외에도 지휘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특히, 한국 팬들을 위해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소프라노 강혜경과 함께 부르며, 2부에서는 문세훈, 강혜명, 김건우의 주옥 같은 아리아를 지휘한다.

    도밍고는 "한국 노래들은 아름답고 계속 부르고 싶다. 실제 한국 노래만으로 채운 앨범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관객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 관객은 특히 반응이 좋다. 대중의 사랑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젊은 성악가들도 알 것"이라며 "계속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