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나는 가능하지 않은 걸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묘한 여운 남겨
  • ▲ '제3지대론'의 중심 인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제3지대론'의 중심 인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늘날 정치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제3지대론'일 것이다.

    친(親)박근혜 새누리당도, 친(親)문재인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또 다른 정치 세력, 또 다른 정치 노선이란 뜻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전 의원, 동반성장론의 정운찬 전 총리 등이 모여 새로운 정치 지형에서 독자 세력화를 모색한다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3지대론의 중심 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에 있어 더민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 8·27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친문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8·27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친문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종인, 패망 직전의 더민주 살렸지만… 끝은 팽(烹)? 

    지난 1월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당이 쪼개지는 등 사실상 패망 직전이던 더민주에 김종인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친노 운동권 척결을 외치고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안보 우클릭을 주도하는 등 당을 중도·실용노선으로 이끌어 외연확장에도 앞장섰다. 

    그 결과 더민주는 지난 4·13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며 1당에 올랐다.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기사회생한 친문세력은 김종인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퇴임 직전까지 일삼았다.

    총선 기간에는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활약했다'며 김종인 전 대표를 추켜세우더니 곧바로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도 잊은 듯 호남 참패와 정당지지율 3위의 책임을 김 전 대표에게 떠넘겼다. 김 전 대표의 '셀프 비례대표 공천'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전력도 자주 도마에 올랐다. 

    최근 당 지도부가 강령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삭제하려던 사실이 알려지자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일제히 "당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김종인 전 대표를 비난했다. 김 전 대표가 이와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김종인 전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웠지만 일부 초선 강경 의원들이 김 전 대표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방문을 강행했다.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종래의 낡은 정당문화를 버려야 한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로서 마지막 공식행사에서 친문 세력에 충고를 했지만, 당을 장악한 이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5월 광주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5월 광주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김종인,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잠룡들은 성에 안차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는 내게 주어진 천명"이라며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말처럼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 '경제민주화' 특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소상공인연합회, 이날 전남 순천대학교에 이어 8일 국회 '미래산업과 좋은일자리 포럼' 창립식에서 강연하는 등 경제민주화 알리기 광폭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경제포럼'을 구성하는 등, 경제민주화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을 보다 더 구체화할 계획이다. 2012년에 발간한 저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의 개정판도 발간 준비 중이다. 

    다만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시킬 대권주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듯 싶다. 

    지난달 2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는 진짜 경제민주화를 대통령이 돼서 실천할 사람을 찾고 있냐는 질문에 "(만나 보고 있는데 여야 모두) 찾기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자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제대로 인식을 같이 하는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까지 더민주 손학규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재적 야권 대권 주자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자신이 만나온 잠룡 중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고 있는 인사가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종인이 '제3지대' 맹주될 가능성은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가 직접 대선주자로 뛸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종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서 입지를 유지한 가운데 자신의 뜻에 맞는 후보를 끝까지 찾지 못할 경우 독자노선을 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MBC라디오에서 "그런 얘긴 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 목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목적으로 더민주 비대위 대표로 와 당을 수습한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지 않은 걸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는 등 묘한 여운을 남겼다. 가능성이 있다면 출마할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3월에도 관심없다던 비례대표에 출마해 결국 원내에 입성한 바 있다. 

    더민주 최운열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정권이 더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종인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정권이 새누리당에 넘어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열 의원은 경제전문가이자 김종인 전 대표가 발탁해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인사로 김 전 대표와 잘 통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종인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박용진 의원도 김종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골잡이의 가능성과 지휘자, 주장 역할 가능성까지 모두 열려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종인 전 대표가 3지대론의 중심에서 안철수·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잠룡들과 연계하고 당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야권의 정계개편을 주도한다면 중간지대라는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내년 대선까지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시킨 가운데 이를 실현시킬 주자가 본인 외에 마땅히 없다면 직접 '3지대론'의 맹주로 오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