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전총국, 7월말 '한국 연예인 출연 자제' 지시설 파다
  • ▲ 중국 중마이 그룹 직원들이 지난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공식 환영 만찬 삼계탕 파티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뉴시스
    ▲ 중국 중마이 그룹 직원들이 지난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공식 환영 만찬 삼계탕 파티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뉴시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불만을 품은 중국 당국이 한국 엔터기업들과의 '교류 협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사드 괴담'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국 모 기업과 손을 잡고 연예콘텐츠 공동 제작 사업을 진행 중인데, 얼마 전 파트너사로부터 자금 거래가 막혀 곤란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지 기업 담당자들이 총동원돼 중국 당국을 설득 중이나, 낙관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획사 마케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중국 드라마나 현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통보 받은 연예인은 없지만, 현지에서 중국 당국이 한류스타들의 활동폭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이른바 '사드 보복'이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 현지 소식통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타국(한국)과 금전 거래를 하려면 정부 허가를 받으라는 공문이 이미 은행권에 내려졌다는 사실"이라며 "정부 압박을 받은 중국 은행들이 원천적으로 자금을 풀지 않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고, 실제로 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사는 촬영을 완료했음에도 불구, (중국 측으로부터)아직까지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기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도 포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2일 "중국 광둥성의 방송사들이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거나 한국과 합자 형식으로 준비 중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계획을 전면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황"이라며 "이미 전파를 탄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방영이 가능하나, 새로운 작품의 승인 건은 전부 보류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나닷컴'도 같은 날 "한국 연예인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중국 내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제재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차후 제작 규모나 방송 횟수 등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타전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 1일 "중국의 언론·출판·영화 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최근 각 지역 방송사에 한국 연예인을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중국 방송가에선 앞으로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돈을 벌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밝혔다.

    빈과일보는 한 중국 연예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직 '출연 불가' 통보를 담은 공문이 내려가지는 않았으나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알아차린 각 지역 방송사들이 알아서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연합신문망'은 지난달 말 "중국 광전총국이 중국 내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8월부터 한국 연예인들의 TV프로그램 출연을 금지하라는 통보를 내렸다"는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건을 이유로 한국과의 교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차후 한류 콘텐츠 수출이 암초에 부딪힌 것 같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면서 중국 장수성 정부의 방송통신 담당 부성장과의 면담 약속이 갑자기 취소된 것을 일례로 들었다.

    박신희 중국이오에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송통신위 격인) 광전총국이 얼마 전 베이징에서 각 성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한류 스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등 일단 두 가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신희 대표는 "광전총국 회의에서 결정 사항을 각 성 정부들에 공식 문건으로 내려보내지는 않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성 정부들에도 유선전화로만 공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한겨레는 실제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한 여배우는 중국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3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갑자기 촬영 중단을 통보받았고, ▲한 남자배우는 출연료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드라마 출연 계약서까지 오간 상태에서 촬영 자체가 보류됐으며, ▲아이돌 출신의 한 남자배우도 비슷한 시기에 촬영 보류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한중 연합 연예 사업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있어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 유인나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일각에서 드라마('인현왕후의 남자' 리메이크작) 여주인공이 교체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촬영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하차를 통보하는 중국 정부의 공문이 내려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얼마 전 가수 아이유는 중국에서 열린 투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출연 중인 배우 김우빈과 수지도 예정대로 중국으로 출국, 프로모션 행사를 소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가수 겸 배우 비의 드라마 촬영, ▲빅뱅 승리의 영화 출연, ▲가수 황치열의 콘서트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중국 소식통은 "광전총국에서 한국 연예 산업과의 교류 문제가 논의된 것은 사실이나 관련 내용이 공식 문서로 하달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공식적으로 제재 조치가 내려진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비공식적으로 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벌써부터 비관론을 펴는 것은 이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