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기는 朱 "미래권력 일찍 등장하면 현 권력 조기 레임덕"
  •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박계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박계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 "나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뛰고 있는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4선·대구 수성을)은 2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주변에서 이야기가 있을 뿐, 나는 끝까지 당원의 선택을 받으려 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8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정병국·나경원·김용태·홍문표 의원을 한 데 불러모으면서 이른바 '비박 단일화'를 논의한 바 있다.

    그 결과 정병국·김용태 의원만이 출마를 선언했고, 최종적으로는 지난달 29일, 정병국 의원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같은 비박 성향인 주호영 의원이 정병국 의원과 단일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주호영 의원이 28일,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서 "계파 대결 없이 단일화가 된다면 흔쾌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무게가 실렸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당사에서 "단일화 제안은 받았지만,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어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당대회는 당원 70%와 일반 국민 30%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돼 있는데, 현재 단일화 논의는 이에 부합하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원 명부를 확인하기 전에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는 방식을 문제삼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주호영 의원이 방식과 절차에 관계없이 단일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일축하면서 8·9 전당대회의 판세는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됐다.

    주호영 의원은 정병국 의원을 겨냥한 듯 "지금의 당은 계파 갈등이 심해 어느 쪽이 당대표를 맡더라도 후유증이 크다"며 "친박이 당내 세력이 좀 있다고 해서 당대표가 되면 비박들은 냉소적이 되고 협조하지 않는다. 또 친박과 대립하던 비박에서 당대표가 돼도 엄연히 당내에 실존하는 세력인 친박들이 당 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조기 대선 경선에 대해서도 "권력의 속성상 미래 권력이 빨리 등장하면 현 권력의 조기 레임덕이나 쇠퇴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의 발언은 '강성 비박'으로 비치는 정병국 의원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친박을 이길 수 있는 비박 후보'는 온건파여야 한다는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새누리당 내 구도를 '친박 세(勢)가 비박보다 강하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강성 친박과 강성 비박이 대결하는 구도로 선거를 치르면 비박계가 승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비박계로서는 계파 성향이 얕은 일부 범친박계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더군다나 유권자들이 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투표하게 되는 심리를 감안하면 '친박에서 표를 끌어올 수 있는 비박 후보'여야 비박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도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주호영 의원이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다. 그로서는 '안방 표심'이 걸린 문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TK 정치인은 비박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을 받은 주호영 의원은 "비박 중에는 친박의 행태를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친박과 대립하는 비박이 일부 있고, 중립지대에 있는 비박이 있다"며 "TK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