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현기환 "비서관이 무슨 소회가 있겠나... 마음이 무겁다" 숙제 남기고 퇴장
  • ▲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식약청 등에 치약성분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 ⓒ뉴데일리
    ▲ 2014년 국정감사 당시 식약청 등에 치약성분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 ⓒ뉴데일리

     

    청와대와 국회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이 전격 교체됐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청와대에 둥지를 튼지 11개월 만에 물러났고, 빈 자리를 친박(親朴) 전략통인 김재원 전 의원이 채우게 됐다.

    쇄신 드라이브다. 정무수석 교체 배경을 두고 정치권 내에선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결속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후반기, 대(對) 야당과의 협력보다 여당과의 팀플레이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개혁과제를 재추진하기 위한 원동력 확보가 우선인 셈이다.

    경북 의성 출신의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은 재선 의원 경력의 친박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비박(非朴)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로도 이미 잘 알려졌다. 

    교체 타이밍이 절묘하다.

    현기환 수석의 경우 20대 총선 공천파동의 배후로 지목돼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월에는 현기환 전 수석이 당시 이한구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조용히 만나 공천 논의를 했다는 직접적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천 파동은 곧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쓰디쓴 참패(慘敗). 20대 총선의 결말은 여소야대(與小野大)였다. 이후 청와대 내에서도 현기환 수석을 둘러싼 정무라인 책임론이 부각됐다. 결국 교체 요구였다. 현기환 수석이 부담스러운 청와대다.

    이에 현기환 수석은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바로 관철되진 않았다. 자칫 청와대가 선거 개입설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두 달 만에 현기환 수석의 사의가 수용됐다. 20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교체를 추진함으로써 총선 개입설을 최대한 희석시키고 정무라인 진용을 개편하는 시도로 그려지는 그림이다.

    현기환 수석은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이었다.

    8일 마지막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은 그는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 ▲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는 현기환 정무수석. ⓒ뉴시스
    ▲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는 현기환 정무수석.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을 잘 도와달라. 비서관이 무슨 소회가 있겠나. (대통령을 잘 도왔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토로한 대목이다. 

    사실 현기환 수석과 새누리당 사이의 관계는 상당히 껄끄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달 18일 현기환 수석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광주로 가는 KTX 열차에서 바로 앞뒤 자리에 앉아 2시간가량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장면은 불편한 당-청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또한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상시청문회법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도 현기환 수석 체제에서의 당-청 관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제 현기환 수석의 역할은 끝났다. 조용하지도 시끌벅적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퇴장이다. 그는 입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쓰면 틀린 기사가 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떠났다. 일각에선 내년 4월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통은 김재원 신임 수석에게 넘어갔다.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은 당-청 관계를 복원하고 1년 8개월 정도 남은 국정운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재원 신임 수석은 '친박의 브레인'이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정무 전략을 구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현 의원과 함께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약하던 시절, 정치권은 '윤상현은 행동가, 김재원은 전략가'라고 분류했다. 판세를 읽고 전략을 짜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뜻이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상대를 설득하는 비범한 협상가이기도 하다.

    김재원 신임 수석은 1964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 심인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로 재직하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올해 4.13 총선을 앞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김종태 의원에게 져 낙천된 뒤 중국 베이징의 중국외교학원에서 초빙연구자 생활을 하기 위해 5월 하순 출국했다가 이번에 귀국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