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데일리
    ▲ ⓒ뉴데일리

    누구에게나 인생의 변화를 맞게 해주는 계기가 찾아온다. 흔히 말하는 ‘리즈시절’. 가수나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생작’이 있다. 그동안 잘생긴 외모와 솔직하고 호탕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윤상현. 그는 지난 7일 종영한 ‘욱씨남정기’를 통해 스타가 아닌 진정한 배우로 한 단계 올라섰다.

    윤상현이 느끼는 연기에 대한 생각, 한 가정의 가장 윤상현이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드라마 만큼이나 유쾌했던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 후 첫 복귀작 JTBC 드라마 ‘욱씨남정기’에 임하는 윤상현의 집중도는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만큼 절실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다가갔으며, 한 장면 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처음 작품 들어갈 때부터 마음을 확실히 먹었어요. 아무래도 결혼 후 처음으로 찍는 드라마다 보니까 이전 작품들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출연 결정할 때도 굉장히 심사숙고했어요.”

    “‘욱씨 남정기’는 정말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끝날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가진 것 모두를 쏟아부었고 할 수 있는 전부를 보여드렸지만, 그래도 시원하기보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직장 생활에서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갑과 을의 관계. ‘욱씨남정기’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짚어내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했다. 윤상현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드라마 속 남정기가 짊어진 가장의 책임감을 함께 느끼며 완벽한 몰입을 이뤄냈다.

    “대본을 봤을 때 부터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들이 너무 공감되고 요즘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책임감에 관한 내용이 깊게 나타나서 좋았어요. 예전에는 몰랐던 가장의 삶을 겪다 보니 남정기 라는 캐릭터의 행동 하나 하나가 정말 많이 와 닿았죠. 대본을 읽으면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그림이 딱 나왔어요. 16회가 방송되는 동안 열심히 즐기면서 찍을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할말을 절대 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남정기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공감과 응원을, 반대인 사람들로부터는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할만큼 정이 가는 캐릭터였다. 윤상현은 남정기가 윤상현인지, 윤상현이 남정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감나게 소화해내며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저는 남정기와는 180도 달라요. 욱하는 면도 있고 할말 다하는 성격이죠. 저와 너무 다른 캐릭터라서 처음에는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다행히(?) 주변에 남정기와 비슷한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연구했죠. 저와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는 닮은 점이 많으니까 편하고 끌리는 편이에요. ‘시크릿 가든’의 오스카가 그랬고, 남정기는 오히려 제 성격과 반대라서 더 끌린 면이 있어요.”

    드라마는 초반부에는 윤상현의 코믹 연기를 주로 내세우며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중후반에 들어서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맞서는 을의 고군분투를 그려내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윤상현은 그동안 미처 지나치고 살아왔던 삶의 중요한 부분을 드라마를 통해 깨달았다.

    “옥다정이 회사 구조조정 대상자를 결정하는 장면이었어요. 남정기가 옥다정에게 ‘회사를 나가도 괜찮은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안되지만,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하는 부분에서 많은걸 느꼈어요. 여태까지 그런 삶의 가치를 모르고 살았거든요. 저한테 실망해서 대본을 보며 울었던 것 같아요. 반성도 많이 하고,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욱씨남정기’는 다양한 요소들이 이어져서 연기하기가 좀 더 수월했어요. 웃기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하고 사랑도 나오고.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확실히 편해요.
    같은 신과 비슷한 감정에만 계속 몰입하려면 힘들거든요. 중간 중간 풀어주는 장면이 나와야 되는데 그런게 없다 보니까. ‘갑동이’ 촬영 할 때 그랬어요. 연쇄살인범만 쫓아다니니까 실제 감정도 메마르는 것 같고 숨이 막히더라고요.”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직장생활을 한 기간보다 스타로 살아온 기간이 훨씬 많은 윤상현. 그가 일반 직장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어렸을때부터 쌓아온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모든 조직에서 나타나는 에피소드의 포인트를 확실히 짚어냈다.

    “제가 얼굴이 이렇지만 보기보다 고생을 많이 했어요(웃음).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거의 없을 정도였죠. 서빙, 페인트 칠하는 일부터 공사장까지... 일반 직장처럼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곳은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군대도 똑같잖아요. 고참이 갑이고,후임이 언제나 을로 여겨지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안타깝죠. 이번 작품이 그런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2005년 데뷔작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로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윤상현. 그는 이후에도 ‘겨울새’, ‘내조의 여왕’, ‘시크릿가든’,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드라마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순탄하게만 느껴졌을 그의 연기 생활. 하지만 윤상현은 한때 연기를 포기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원래 연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예전부터 가수를 하려고 준비했어요. 우연하게 드라마에 출연하고 인기를 얻었지만 계속 내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솔직히 그때 연기를 보면 제가 봐도 민망할 정도로 연기를 정말 못했어요(웃음). 그래서 이렇게 연기를 못했으니까 ‘이제 작품이 안 들어오겠지’ 했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주셔서 그런지 좋게 포장이 되고 또 작품이 들어오는 거에요.(웃음) 사람들이 보기에는 일이 잘 돼서 좋을 줄 알았겠지만, 저는 너무 하기 싫었어요. 그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까지 걸렸어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역할을 해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제가 못 견디고 지쳤던 것 같아요. 무언가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자괴감들이 쌓이면서 ‘갑동이’를 끝내고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런 와중에 남정기 역할은 정말 신의 한수 였어요. 1, 2부 대본을 받자마자 너무 실감나고 현실적이라서 단숨에 읽었어요. 대본 보고 눈물 흘린 적이 처음일 정도로 몰입했어요. 어떤 분들한테는 그냥 흘러가는 수많은 드라마일지도 모르지만, 저한테는 많은 의미가 있는 소중한 작품이 ‘욱씨남정기’에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도 확실히 알 것 같고, ’연기의 맛’을 느끼게 해줬죠.”

    앞서 언급했듯 윤상현은 처음부터 배우를 할 생각이 없었다. 27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연기자의 길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2000년대 초반 연습생 시절은 윤상현의 인생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터닝포인트다.

    “4인조 데뷔를 목표로 1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그때 나이가 27살이었으니까 연습생 치고는 나이가 좀 있었죠. 그래도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어쨌든 막내는 막내니까 청소도 하고 시키는 일은 다했어요.”

    “그때 저한테 가수를 하자고 먼저 손을 내민 친구가 있었는데 갑자기 제가 연기를 하러 빠지게 되니까 정말 미안했어요. 그 친구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만큼 절실했는데 저는 비교적 쉽게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아직도 그 친구가 마음에 걸려요. 근데 얼마 전 제가 나온 라디오를 보고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꼭 자기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조만간 만나서 술 한잔 해야죠.”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2009년 드라마 ‘내조의 여왕’ OST를 시작으로 윤상현은 꾸준히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7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내안의 그대’는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는 또 다른 가수 윤상현의 매력을 확인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곡의 작사를 맡은 아내이자 가수 메이비의 아낌 없는 조언이 있었다.

    “가수의 꿈은 계속 가져나가고 싶어요,그러니까 앨범을 냈겠죠? 곡이 잔잔한 발라드라서 ‘욱씨남정기’ 가 방송되는 동안에 공개 하기에는 분위기가 안 맞았어요. 그래서 드라마가 끝난 후 발표하기로 했죠.”

    “저는 가리는 음악이 없어요. 힙합, 록, 발라드, R&B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월간 윤종신’처럼 매달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웃음)”

    “집에 장비가 있어서 연습을 하면 아내가 와서 가사를 씹어서 불러야 된다고 이야기를 해줘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니까 자극도 생기고 도움이 많이 돼요.”

    2015년 2월 메이비와의 결혼은 윤상현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줬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양보해야 할 것들까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아내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섞여 나왔다. 최근 태어난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 없는 윤상현은 딸의 작은 미소에도 어쩔줄 몰라하는 ‘딸바보’가 돼있었다.

    “아내를 만나건 정말 행운이에요. 제가 그 동안 여자 말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아내 말은 무조건 듣거든요. 정말 아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요. 씻으라면 씻고 이 옷 입으라고 하면 입고. 처음에는 많이 싸웠어요. 저도 한 성격 하다 보니까, 나를 가르치려는 줄 알아서 화가 났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내가 하는 이야기가 다 맞는 말이었어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속이 깊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저를 구속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하게 해주고 더 존중해줘요. 스트레스를 거의 안주는 편이죠. 그래서 제가 더 말을 잘 듣는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촬영 때문에 3개월 정도 집을 비우는 동안 아내 혼자 육아,살림을 다 하느라 너무 힘들었을텐데 이제 당분간 집안일에 전념해야죠. 보통 아빠가 되고 나면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하시는데 저는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더 행복해졌어요. 물론 잠이 들지 않은 아이를 재울 때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저를 향해 짓는 미소를 보면 피로가 싹 가셔요. 제가 아이를 이 정도로 좋아하는 줄은 저도 몰랐어요. 아이 때문에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저와 아내에게 있어 아이는 특별하죠.”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올해로 어느덧 연기생활 12년차에 접어든 윤상현. 그는 배우로서의 성공도 좋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아빠 윤상현의 모습을 더 원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얻은 연기 노하우를 더 넓은 분야로 펼치고 싶어하는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배우 윤상현과 아빠 윤상현의 승승장구를 기원해본다.

    “아이들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에요. 여행도 많이 가고,다양한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가족들과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가족의 따뜻함이 더 그리운 것 같아요.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싶어요.”

    “주성치의 ‘쿵푸허슬’같은 코믹하면서도 그 안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무협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제가 주성치의 팬인데, 그의 영화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욱씨남정기’ 이형민 감독님이 만들어 주실 거라고 믿어요.(웃음)”

    “한가지 확실한 건 이제 작품을 선정 할때 출연료 보다는 무조건 대본을 우선으로 결정할 거에요. 제가 카메라 앞에서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야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