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성판 (七星板) 을 등에 쥐고 다니는 사람들'

     박선화 기자   /뉴포커스
     

  • ▲ 함경북도 무산군에 있는 무산광산 / 자료사진
    ▲ 함경북도 무산군에 있는 무산광산 / 자료사진

    북한은 광석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방대한 무산광산과 탄광이 지방 곳곳에 분포되어있다. 북한 정권은 1990년대 중반부터 철광석과 금강을 비롯한 유색금속 광물을 중국에 대대적으로 수출했다. 이번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가 내리기 전 까지만 해도 중국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북‧중 철교는 철광석을 실은 연결차들로 조용한 날이 없었다. 또한, 중국 장백현과 마주한 혜산 북‧중 친선 다리로 북한 금광을 실은 10t급 중국 화물차들이 꼬리를 물고 넘어갔다.

    2015년 1월 무산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다가 남한에 정착한 김 씨(36세)는 "북한 정권은 철광석을 캐는 광부들을 '나라의 맏아들'이라고 선전한다. 그렇다고 광부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나 안전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다.당에서 맡겨준 수출계획 때문에 무리한 작업을 강행하다가 사고로 사망한 광부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했다."고 증언했다.

    광산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추락 사고다. 열약한 식량사정으로 허기 진 노동자들이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광산 당 위원회는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구간마다 수기 수(깃발)를 배치한다. 수기 수란 광산에서 일어나는 긴급 상황을 수기신호로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광산의 주 업무는 철광석 운반이다. 광산에는 광석을 운반하는 비포장도로가 있다. 광석을 운반하려면 높은 곳에 있는 갱 입구까지 가야 하는데, 열악한 도로 상황 때문에 운전기사들이 고생이 많다.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대형트럭운전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위험구간을 오간다.

    김 씨는 "광산에서 도로보수를 한다고 하지만 비포장도로다 보니 비만 오면 도루묵이 되고 만다. 울퉁불퉁한 큰 돌을 피하려고 운전대를 틀다 보면 순간에 추락사고로 이어지는 때도 있다. 그런데도 광산에는 대형트럭 운전자를 지원하는 광부들이 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운전기사에 지원하는 이유는 가정의 생업 유지 때문이다. 운수직장 연유 창고장은 매일 아침 광석 운반에 필요한 디젤유를 제한된 양만큼 배당한다. 운전기사들은 자신들만이 운전비법으로 할당된 기름을 조절하여 돈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출고되는 기름은 광석을 싣고 오가는 거리에 맞게 측정된다. 그래서 내리막길에서 트럭의 시동을 끄고 내려오면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북한의 자동차는 내리막에서 시동을 끄고 다녀도 작동이 가능한 수동식이다. 내리막길은 위험요소가 높은 구간이지만 돈을 벌려면 이러한 위험은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 운전기사들도 자신들이 위험한 행위를 두고 '사자 밥을 등에 쥐고 내려왔다'고 말한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리막길이 많은 위험한 지름길을 택하는 운전기사들도 있다. 지름길로 거리를 단축하면 그만큼 많은 양의 기름을 얻게 된다. 그래서 좁은 지름길을 앞에서 인도해야 할 동행자가 필요하다. 기사는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명은 휴대용 조명등을 들고 길을 인도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위험구간을 선택한 광산 운전기사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그대로 담겨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