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 수소폭탄 실험인지 확신할 수 없다…이란 핵협상 봐라” 주장
  •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5자 회담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제안한 5자 회담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뉴스 화면캡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가 6자 회담 관련국에 제안했던 ‘5자 회담’이 中공산당에 이어 러시아로부터도 ‘퇴짜’를 맞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연두 기자회견을 갖고,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이 자리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우리는 ‘6-1 형식(북한을 뺀 5자 회담)’의 회담을 열자는 한국의 제안을 받았지만,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란 핵협상이 진행된 과정을 예로 들면서 “국제 사회가 이란을 고립시키려 했을 때 아무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면서 “북한에 대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한국 정부가 주도하려는 ‘5자 회담’을 가리켜 “이는 누군가를 다시 고립시키려 시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정치적 측면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6자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일부 책임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6자 회담의 서방 참가자들’에게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미국, 일본이 “유연한 대북 접근법을 거부하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여 온 것이 결과적으로 현실에서의 실패였다는 설명이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하고, 미국이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완전한 의미의 한반도 핵문제 해결”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게 러시아와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번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북한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면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만약 이것이 실제 수소폭탄 실험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며, 과거 핵실험과 같은 것이었다면 제재 결의안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연두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 13일 윤병세 외교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전화통화를 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뒤에 “한국과 미국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은 것의 연장선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발언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가 자랑해 온 ‘6자 회담 당사국 간의 긴밀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공개적으로 거론한 ‘5자 회담’이 中공산당에 이어 러시아 정부로부터도 일언지하에 무시당하고 거절당한 꼴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6자 회담 당사국 공조’라는 것은 미국과 일본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미국 정부와의 공조가 없다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