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키픽쳐스 제공
    ▲ ⓒ수키픽쳐스 제공

    영화 ‘백트랙’(감독 마이클 페트로니)은 얼핏 단순 공포로 보인다. 귀신, 급작스런 효과음, 연신 알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움에 떠는 주인공. 공포영화의 필수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어쩌면 기시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주는 공포는 일반적인 것을 능가한다. 이는 보통의 장르영화가 가지는 허구성을 철저히 비켜나갔기 때문이다. 


    ‘백트랙’은 주인공 피터(애드리언 브로디)의 ‘왜곡된 기억’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른 자신의 기억이 ‘진짜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메멘토’(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만큼의 엉킨 실타래는 아니다. 이 영화는 비교적 친절하다. 그래서 어쩌면 더 현실감 넘치는 공포를 안기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 피터가 상담한 환자들이 모두 1987년 7월 12일 열차사고로 목숨을 잃은 영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것은 1차 반전 공포. 보통의 영화라면 이 부분으로만 영화 전체가 진행됐을 것이다. 하지만 ‘백트랙’은 여기에 2차 반전 공포로 ‘왜곡된 기억’을 추가한다.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20년 전 기억이 가장 잊고 싶은 끔찍한 기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관객들은 전율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식스센스’(감독 M. 나이트 샤말란) 혹은 ‘디 아더스’(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실제로 마이클 페트로니 감독은 “‘백트랙’은 ‘식스센스’의 오마쥬”라 밝히기도 했다. 두 영화와 같은 코드로 ‘백트랙’은 기억을 조작한 이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온다. 진짜 공포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은 결코 떨칠 수 없는 충격으로 자리 잡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식스센스’, ‘디 아더스’와 다른 강점은, 기억을 조작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납득할 만한 사건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사건의 원인이 밝혀진 순간, 이전까지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거리감이 있던 피터는 연민의 대상으로 변한다.    


    여기에는 애드리언 브로디의 ‘타고난 슬픈 눈빛’의 힘이 크다. 2002년 ‘피아니스트’(감독 로만 폴란스키)에서 실존 인물인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브 스필만을 처절한 감성으로 연기해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그다. 그런 애드리언 브로디가 ‘백트랙’에서 역시 애처롭고 슬픈 캐릭터를 눈빛 하나만으로도 완벽히 표현해낸다. 이 영화는 대체로 잔잔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의 흡입력 있는 연기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 치의 긴장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공포스러운 진실이 안기는 진실의 공포는 이 영화의 장르를 ‘호러’라기 보다 ‘스릴러’로 규정짓게 한다. 잠깐 경험하고 잊혀질 무서움이 아니란 얘기다. 그렇게 ‘백트랙’은 최근 극장가에서 찾기 힘들었던 ‘히든트랙’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