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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자호란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장 치욕적인 경험을 하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더 불행한 것은 병자호란의 그 상처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는 병자호란 이후 마술사라는 당시로서는 특이한 일을 하는 한 젊은이가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이 병자호란 직후 조선시대이며, 장소가 조선과 청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의주라는 도시인만큼 기존의 사극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다. 2000 여벌의 의상과 물랑루라는 색다른 무대 등 다양한 볼거리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병자호란은 조선의 역사는 물론 우리 민족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임진왜란의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은 다시 한번 복잡한 국제 정세의 회오리에 휘말렸고, 여기에 내부 정치까지 혼란을 겪었다.

    임진왜란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조선은 다시 청나라의 말발굽에 짓밟혔다.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청나라의 노예로 끌려갔다. 이는 위정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왕족은 물론 양반가 부녀자들도 청나라군에게 끌려갔다.

    '조선마술사'는 청나라 권력자 도르곤 왕자의 11번째 부인으로 간택된 청명공주의 이야기와 함께 조선의 마술사 환희와 사랑이야기가 그려진다. 실제 역사에서도 보통 백성들은 물론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청나라의 볼모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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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청나라로 끌려간 부녀자들은 청나라 황족과 권력자들의 비첩이 됐다. 일종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얻은 전리품과 같았다. 그곳에서 호의호식 했으면 다행이었겠지만 이들 중 일부는 권력 투쟁에서 밀리거나 희생돼 멸문의 화를 입기도 했다.

    멸문을 당한 집의 조선 여인들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조선은 청나라로 끌려간 부녀자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자신들이 지켜주지 못해 이국땅에서 모든 설움을 받아야 했던 부녀자들을 '환향녀'라 칭하며 업신여긴 것이다.

    '환향녀'는 고향에 돌아온 여인이라는 뜻이지만 주로 외적에게 끌려갔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여인들을 칭한다. 이들은 오랑캐들에게 몸을 더럽혀졌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안에서 쫓겨났다. 이는 명문사대부 가문부터 평범한 백성까지 마찬가지였다.

    조선 조정에서는 '환향녀'들이 한강에서 몸을 씻으면 받아들여준다는 칙령을 내렸지만 지켜지지는 않았다. 여인들은 나라가 백성을 지켜주지 못해 이국땅에서 고생한 것도 억울함과 함께 나라와 가문에게서 버림받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도르곤은 조선 금림공군 이개음의 딸 의순공주를 6번째 비로 맞이했다. 당시 16세였던 의순공주는 혼인한지 얼마안돼 남편인 도르곤이 반역죄에 몰리면서 청나라 장수에게 넘겨졌다가 아버지 금림군의 요청으로 조선에 돌아와 불운한 생을 마감했다.

    왕실 여인도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살았는데 하물며 보통 백성들의 삶은 어땠을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조선 조정은 자신들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해 여인들을 청나라에 넘기고, 돌아온 여성들은 버렸다. 참 부끄러운 역사다.

    '조선마술사'는 마술사 환희와 청명공주의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당시의 시대는 결코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시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조선마술사'에서 보여지는 아름다운 배경과 의상은 역사의 슬픔을 더욱 슬프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