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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연말,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영화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이었다. 1400만 관객 수를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 중 2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실감한 ‘국제시장’. 우리네 ‘부모세대’가 겪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부산에 사는 한 서민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과 감동, 눈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웃음을 고루 담아내며 전 세대에 ‘국제시장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실제 부산에 위치한 ‘국제시장’에는 ‘꽃분이네’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들의 셔터세례로 주변 상인들의 때 아닌 민폐담까지 전해졌을 정도였다. 또 영화의 효과로 휴가철 부산지역 투어를 떠난 이들도 상당수였다. 흡사 ‘반지의 제왕’(감독 피터 잭슨) 촬영지인 뉴질랜드로 원정을 떠나는 영화팬들을 보는 격이었다.

    6.25 전쟁부터 독일 광부, 간호사 파견, 베트남 총전, 이산가족 상봉까지 윗세대의 씻기지 않을 상처와 사건들을 다루며 배우 황정민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이 시대의 아버지 ‘덕수’의 일대기를 그만의 구수한 매력으로 실감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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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가 올 연말에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에서 ‘엄홍길 대장’으로 분해 강인한 리더십과 히말라야에서 목숨을 잃은 후배대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걸고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선배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또 한 번 뜨거운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히말라야’ 역시 해발8,75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서의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웃음, 공감, 눈물의 3박자의 조화로 ‘국제시장’처럼 전 세대를 관객층으로 겨냥 중이다.

    이는 두 영화의 제작,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보이는 특유의 행보라 더욱 흥미롭다. 과거 연말 영화로는 국내 해외를 불문하고 멜로가 주된 장르였다면,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부터 근 몇 년 사이에는 휴먼감동 장르가 국내 극장가를 점령해왔다. 이러한 특징은 판타지와 액션으로 장르를 추구하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만 선회한 형태라 더욱 눈에 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장삿속이다’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번 ‘히말라야’에서도 자그마치 100억 원을 투자한 CJ이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며 5천 만 인구의 1/5이라도, 혹은 1/5이나 사로잡는 것을 목표로 한 듯 보인다. 그러려면 최대한 다양한 감정을 자아내며 관객에게 많은 공감을 사는 영화를 만들어야 했고, 여기에 ‘휴먼, 웃음, 눈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최근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멜로는 돈이 안 돼’라는 말이 공식으로 통하고 있다. 이것이 비단 충무로에 국한된 바는 아닐 터다. 할리우드에서도 하이틴 중심의 판타지, SF로 트렌드가 옮겨진 것을 보면 말이다. 제작과 배급, 양쪽의 부담을 안고 있는 CJ가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히말라야’는 가장 한국적인 장르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히말라야’는 범 시대적, 전 세대를 타깃으로 잡았던 ‘국제시장’보다 디테일한 설정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엄홍길 대장과 대원들이라는 특정 인물, 에베레스트라는 국지적 장소, 2005년이라는 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히말라야’는 ‘국제시장’보다 무대는 좁아졌을지언정 감동의 밀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국제시장’이 너무 광범위한 이야기를 담아내느라 알맹이가 부실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 점을 보완한 휴먼감동실화가 얼마나 밀도 있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지난여름 ‘베테랑’으로 1300만 명의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쌓은 황정민과 CJ이기에 이번 영화를 개봉하기도 전에 ‘연말 노림수 영화’라 무조건 까고 볼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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