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자들'은 철저히 숫컷들의 이야기다. 권력과 서열 있어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생명체인 숫컷들 이병헌,조승우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억눌림을 표출하고 분노를 폭발해낸다.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세 명의 남자가 서로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음모와 배신, 야합을 펼치는 내용을 그렸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 출세를 원하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 권력을 지키려는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의 물고 물리는 두뇌 싸움이 영화에서 얽히고 설킨다.

    정치깡패 안상구는 이강희를 통해 권력의 주변부에서 떡고물을 받아가며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을 탐하게 되고,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의 견제를 받아 폐인이 되고 나락에 떨어진다.

    안상구는 자신을 몰락시킨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하지만 그들은 안상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교활하고, 더 잔인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우장훈이 끼어들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이 된다.

    영화에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음모와 배신으로 두뇌 싸움을 벌인다. 음모와 배신에 끼어들지 않는 것은 안상구와 플라토닉한(관계로 보여지는) 주은혜(이엘 분) 뿐이다. 오직 주은혜만이 안상구의 계획을 걱정할 뿐이다.


    영화 속 남자들이 음모와 배신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권력과 서열 상승을 위한 것이다. 안상구는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가기 위해, 우장훈은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기 위해, 이강희는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수직적인 관계가 일상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자들은 서열에 민감하고, 권력에 관심을 갖게 된다. 권력을 갖는 것이 서열 상승을 위한 방법이 되고, 서열이 상승하면 권력을 잡게 된다. 남자가 서열 싸움에서 밀린다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상구는 권력의 중심부를 탐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장훈은 더 높은 서열에 오르려 하지만 이미 높은 서열에 있는 세력이 받아주지 않는다. 두 사람의 권력과 서열에 대한 욕망은 짐승과 다를게 없다.

    반면 권력의 설계자인 이강희는 자신이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 서지 않는다. 권력자를 만들어내고, 그 옆에서 모든 것을 주도한다. 대신 다른 누군가가 권력의 중심에 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수컷은 절대 권력을 나누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수컷만이 권력과 서열에 민감한건 아니다. 사자도 인간과 같은 서열 사회이며, 서열에서 밀려난 숫사자는 야생의 세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때문에 수컷들은 서열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내부자들'은 복수를 하려는 깡패와 정의를 실현하려는 검사, 악의 축인 정치인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음모와 배신이 얽히고 설킨 수컷들의 아사리판을 살기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