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국사교과서가 유념해야 할 것 
     
     조선일보 10월 27일자에 김성모, 정경화 두 기자가
    앞으로 나올 새 국사교과서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을 잘 정리해 놓았다.
    역사 서술은 악(惡) 일변도나 선(善) 일변도로만 해선 안 되고
    반드시 빛과 그림자, 공(功)과 과(過)를 다 같이 적실(適實)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그 기사의 취지에 대체로 찬성한다.
    한 마디로 정직한 국사교과서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대한민국 67년사는 별별 '좋은 일'들과 '궂은 일'들이 교차했었어도
    전체적으로는 자유, 민주, 공화, 인권, 세계시장, 그리고 개인의 시대를 향해
    착실한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는 게 입증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일제(日帝)와 관련된 기술에 있어 섣부른 '식민지근대화론'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학문의 영역에서도 '식민지 근대화론'은 강력한 반론을 사고 있어, 광범위한 국민적 보편성을
    기해야 할 고교 국사교과서가 그런 '어느 한 학파'의 시각을 반영하는 건 부적절할 것이다.
    친일행위도 유난히 악질적인 사례일수록 밝혀야 한다.
    다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친일행위자의 명단을 넣었다 뺐다 하는
    자의적인 고무줄은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사와 관련해서는
이런 입장 저런 입장을 다 개관(槪觀)하면서,
어느 한 그룹을 배척하기 위해
다른 한 그룹을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다루는
정치적 동기는 경계되었으면 한다. 
 
 해방 후 미국이 38도선을 획정해 소련의 합의를 받은 사실,
그것이 어떻게 해서 분단의 장벽으로 고착되었는지의 과정,
그리고 북에서 '인민위원회라는 일당독재 혁명이 먼저 실행돼
자유민주 진영으로서는 '살기 위해' 대한민국을 건국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사료에 기초해 밝혀놓아야 한다.
좌익진영은 남북 분단이 이승만 박사의 '정읍 발언'으로부터 발단됐다고 말하지만,
분단은 그 이전에 북의 인민위원회의 일당독재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승만 박사가 만난을 무릅쓰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서방문명과 접속한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 앞장섰고,
 한미동맹에 기초해 6. 25 남침을 격퇴했고,
농지개혁을 단행해 산업화의 인프라를 마련했던 여러 공로에 대해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반면에 집권말기로 갈수록 그의 자유당 정권이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사를 폐쇄하고
3. 15 부정선거와 그에 항의하는 학생시위대에 발포를 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했던 부분도 '사실은 사실대로' 기술해야 한다.
 
 5. 16은 쿠데타로 시작했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는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사회를 빈곤한 전근대적 농업사회로부터
근대적이고 발전된 산업사회이자 교역국가로 변모시켰다.
이 2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한 개의 측면만을 전체인 양 기술하는
'감정적' 획일화는 비(非)학문적이다.
권위주의적 통치와 산업화 성공이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담아내는
지적(知的) 냉정함이 필요할 것이다.
박정희 시대는 오로지 선(善)뿐이었다고 한들 유신시대의 상흔(傷痕)이 지워지겠으며,
박정희 시대는 오로지 악(惡)뿐이었다 한들 세계 11위의 교역국가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려지겠는가 말이다. 산업화의 기록도, 민주화의 기록도 다 우리의 발자취다.
 
 북한의 경우는 본연의 마르크스-레닌주의도 아니고 정통 사회주의도 아니고
‘이밥과 고깃국’은 더욱 아닌 괴물이 돼버렸다.
일부는 그걸 ‘민족적’ ‘자주적’이라고 좋아하지만,
그건 ‘민족’도 ‘자주’도 아닌 폐쇄주의, 쇄국주의, 쇼비니즘이다.
거기다 일제 때의 ‘세습 천황제 파시즘’과 나치스의 아우슈비츠 체제를 가미한
거대한 병영감옥이다. 이 동토(凍土)의 아픔에 애써 눈 감으려는
 ‘민중사관(史觀)’을 10대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가르쳐선 안 된다. 
 
 일부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친일’ ‘유신’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런 교과서라면 나부터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부가 미리부터 험구하듯 ‘우편향’ 교과서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사실과 진실’을 전하는 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역사를 ‘악’으로만 기술하는 것을 ‘검은 신화’라고 할 때,
그것을 시정하는 길은 ‘하얀 신화’를 써내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실상(實相)’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정화 반대론자들은 이 점을 인지(認知)하고서
상대방을 무턱대고 ‘우편향 획일화’로 몰지 않았으면 한다.
획일화와 편향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금의 검인정 국사교과서 5~7종이야말로 획일화요 편향 아니고 뭔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