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문제에는 거리 두기, "민생으로 돌아오라"만 외쳐
  •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직접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을 방문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직접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국정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바로 세우기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응 자체를 자제하는 의도적인 외면 전략으로 응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56회 언급하고 청년을 32회, 일자리를 27회 언급하는 등 청년 실업 문제와 경제에 무게를 두면서 역사교과서에 관한 언급에는 한층 더 목소리에 힘을 줬다. 비록 역사는 11번, 교과서는 4번, 교육은 2번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는 역사교과서를 언급하면서 연설의 톤이 높아지는 한편, 오른손을 연단 위로 들어 올렸다. 비록 언급의 빈도는 높지 않았지만, 짧고 강렬하게 교과서 문제를 강조한 셈이다.

    이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시정연설에 대해 "'국회가 일해달라'는 대통령의 간절한 호소"라고 평했고, 야당은 "경제 난국에 희망의 메시지는 없었다"면서 교과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어려운 경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확실한 비전 제시도 없었고,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도 현안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가계 부채와 치솟는 전월세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임시방편적 대책들만 나열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주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주장한 ▲서비스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의료법 에 대해서는 '해묵은 문제법안'으로 규정했고, 반면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꼬집었다.

    반면 역사교과서에 대한 언급은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서 중단하는것이 마땅하다"고 원론적인 짧은 평으로 끝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 역시 "깨진 술잔으로 술을 마시는 것 같은 시정연설"이라면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경제민주화▲보편적 보육 ▲한중FTA등에 대해 다양하게 논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 역시 역사교과서 바로 세우기에 대해서는 "다수의 국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국정화냐 아니냐는 프레임만 갖다 댔을 뿐, 구체적인 반박은 피했다.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까지 개최하면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반발해 '보이콧'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대응은 사실상 '외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장외투쟁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야당이 박 대통령의 교과서 호소는 거리를 두고, 민생만 강조한 것을 두고 '여론전면전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교과서 문제를 국정화 논란을 발전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이념적 대립으로 몰고 가겠다는 야당의 전략을 위해서는 지금 당장 박 대통령과 전면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되고 역사교과서가 나오면 그 때마다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여론전을 강하게 밀고나가 서둘러 사태를 매듭짓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건을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일찍 전면전으로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야당으로서는 대통령과 맞서서 여론전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부분도 한몫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야당이 여론전에서 조금 우세에 서긴 했지만, 여당과의 여론전에서도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나선다면 여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야당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