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선균 ⓒ뉴데일리
    ▲ 이선균 ⓒ뉴데일리

     

    “‘끝까지 간다의 흥행으로 최근 한 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유행이 된 거 같아요.”

     

    데뷔 초 로맨틱 가이를 거쳐 언젠가부터 찌질남으로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를 통해 현재는 짜증 연기의 1인자로 불리고 있는 배우 이선균이 이번에는 ()’을 내며 짜증의 극한을 제대로 표출시켰다. 8일 개봉한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의 변호성 역을 통해서 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선균을 만나 변변하게 변 변호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성난 변호사는 여러 장르가 섞여있는 영화라 끝까지 간다보다 더 부담이 컸죠. 법정신부터 해서 부담되는 신이 많았어요. 하지만 일단 부딪혀보자고 생각했죠. ‘끝까지 간다는 상황에 맞춰서 가는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장르의 변주에 맞춰 가야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끝까지 간다때 이미 홍역을 치렀던 것 같아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담이 굉장히 컸거든요. 당시 첫 주 반응은 안 좋게 나와서 되게 미안했는데, 곧 입소문을 타면서 350만 명을 기록했을 때 눈물을 흘렸죠. 그 때 상을 받거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할 만큼 하면 결과는 그만큼 나올 거다라는 깡이 생긴 거죠.”

     

    끝까지 간다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인 성난 변호사의 이야기를 주로 나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선균은 지난해 거의 단독 주연으로 흥행한 끝까지 간다에 상당한 애착이 남아 있었다. 개봉하기 전부터 이미 대중과 평단에서 성난 변호사끝까지 간다2’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 두 영화 속 캐릭터와 톤 등은 엄연히 다르다.

     

     

  • ▲ 이선균 ⓒ뉴데일리
    ▲ 이선균 ⓒ뉴데일리

     

    “‘끝까지 간다고건수는 그렇게 나쁜 놈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비리를 저지른 형사 팀의 일원으로 범죄자이긴 한데, 그가 신고를 망설일 틈도 없이 뺑소니 사건 등의 상황들이 정신없이 펼쳐지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웃음이 발생하죠. 여기에 관객들은 공감과 동정심을 느꼈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런데 성난 변호사변호성은 만화적인 캐릭터에요. 뺀질거리고, 거들먹거리고 밉상인데 이건 자신감의 표현이죠. 정의의 편에 섰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관객 분들이 이번 작품을 사랑해주신다면 셜록으로 재탄생 될 수도 있겠죠?(웃음)”

     

    성난 변호사엔딩 부분에서 박사무장(임원희)은 변호성에게 우리 탐정이나 해볼까?”라는 2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번 영화에 대한 허종호 감독의 자신감 표현일까? 허종호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이선균과의 작업을 통해 동기 케미로 흥행을 맛보길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2007년에 허종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하나 주더라고요. 근데 그 때 제가 소속사를 옮기는 시점이라 캐스팅이 엎어졌는데, 나중에 보니 허 감독은 개런티가 안 맞아서 제가 빠진 줄 알더라고요. ‘성난 변호사는 굳이 동문이라서 라기 보단 시나리오도 좋고 캐릭터도 도전해 볼 만 했고, 이런 우연이 쉽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동기와 작업하면서 좋은 점은 제 부족한 점이나 감독 실패작 같은 얘기를 거침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서로 이견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나 빠질까?”라며 다투기도 했어요. 변호성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했죠.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많이 바뀌니까.”

     

    첫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원래 ‘19정도의 선혈이 낭자한 잔혹한 장면이 많았지만 이선균은 법정에서 선글라스에 운동화, 백팩을 착용한 모습으로 다소 가벼운 천재 캐릭터를 선보여 영화의 톤을 한 층 밝혔고, 15세의 판정을 받았다

     

     

  • ▲ 이선균 ⓒ뉴데일리
    ▲ 이선균 ⓒ뉴데일리

     

     

    법정신에서 변호성이 가장 잘 표현되도록 노력했죠. 평소 아무리 깐죽거려도 법정에서만은 프로로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법정을 가 봤는데 재미 없더라요.(웃음) 저희는 일종의 쇼타임이니까 나만의 쇼타임을 어떻게 가질까라고 생각했어요. 교회 목사님의 동선이나 행동 등에서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죠. 쇼 호스트도 참고했는데, 쇼 호스트는 밀당 하듯이 반응을 유도하고. 악보를 그리듯, 대화하는 듯 말하는 게 특징이더라고요. 사실 대사 길이가 길어서 부담이 되긴 했어요.”

     

    변호성의 변호는 청자에게 확실히 설득력 있고 집중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법정에서의 변호성은 실제 그 어떤 검사도 제압할 포스마저 느껴졌다. 이것이 비단 그의 울림 있는 목소리 덕만은 아닐 거다. 이선균은 캐릭터 설정과 더불어 액션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허종호 감독은 예전 영화 학도들이 예술영화와 작가주의 영화를 표방하던 시절에 독특하게도 상업주의 영화, 장르 영화를 지향했어요. 추격신을 좋아했고 잘 찍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신인 한강 추격신을 거의 촬영 초반에 찍었어요. 눈 오기 전에 촬영을 하려고 10월 말 쯤 서둘러 찍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후반에 촬영한 지하철신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웃음)”

     

    필자에게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하철신이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에 문틈 사이로 펼쳐지는 변호성과 악당들의 아슬아슬한 추격전은 긴장감과 통쾌함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근래 영화들 중 손꼽힐 환상의 액션신이 담긴 이번 영화에 대한 이선균의 각오는 긴장감 있으면서도 의외로 꽤나 담담했다.

     

    아직은 식당 개업 전이라 걱정이 많아요. 최대한 좋아해주셨음 좋겠지만 나쁜 결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에요. 허 감독이 쉬운 장르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목표점대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친절한 패키지여행 같은 영화라 모든 연령층이 즐겨주실 만할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은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영화요.”

     

     

  • ▲ 이선균 ⓒ뉴데일리
    ▲ 이선균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