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노동개혁-재벽개혁 놓고 정쟁만..캐머런 솔선수범 개혁 본받아야
  • ▲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장(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장(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야당이 선(先) 재벌개혁론'을 앞세우며 개혁의 초점을 흐리고 있어서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에 반대하며 해고요건 완화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라고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은 18일 "노동개혁과 재벌 개혁을 병행하면 된다"고 반격에 나서면서 노동-재벌 개혁을 둘러싸고 여야의 기싸움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양새다. 여야가 노동개혁, 정치개혁,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중요한 일들을 서둘러 처리하기는 커녕 개혁을 둘러싼 정쟁만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8월 임시국회 종료까지 2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도 확정하지 못한 채 국회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개혁은 현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청년실업률은 이미 10%를 넘어섰고 청년 실업자는 45만명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조건을 완화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의 개혁을 지체없이 단행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고 '쉬운 해고'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기득권 세력인 대기업 노조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개혁은 우리 모두를 위한 국가적 과제라는 점에서,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3주째 노동개혁을 위한 아무런 성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생색내기 발목잡기 정당'이라는 비판을 또 한 번 떠오르게 한다. 재벌개혁이 우선이라는 이들의 주장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의 딴지 걸기에 불과하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여권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맞서기 위해 지난달 31일 특위를 구성한 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추미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추 위원장은 지금까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위원회 활동 방향이나 구체적 계획에 대해 밝힌 적도 없고, 아직 위원 인선조차 공식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대만을 반대를 외치며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저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추미애 위원장의 소극적인 행보는 노동개혁을 위해 재계와 노동계, 구직 청년까지 활발하게 접촉하고 나선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특위 위원장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새누리당은 다음 달 초까지 노동개혁 5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재벌개혁을 외치는 야당은 물론 노동개혁의 총대를 맨 이인제 위원장이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개혁에는 고통 분담과 자기 희생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국회가 제 살부터 깎는 솔선수범(率先垂範)의 국회 개혁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 ▲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장(왼쪽)과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노동개혁이든 재벌개혁이든 노사와 재벌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전제돼야 가능한 것처럼 여야의 '개혁' 주장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국회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으며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서다.

    이런 점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노동개혁 추진에 앞서 공무원 10만명을 감축하고 임금상승률을 연간 1% 이내 동결을 단행한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정부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부 주도 개혁 추진에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낸 것이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위원장이 노동개혁 이전에 국회 개혁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여야가 노동-재벌개혁을 주장하기 이전에 세비감축, 특권 내려놓기 등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구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의 연간 세비는 1억3796만원에 달한다. 의원들은 
    200여개에 달하는 특권을 누리며 보좌진 9명의 인건비로 매년 4억원가량을 쓰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싸움질만 하는 국회'라는 국민적 비판이 높아지자 국회는 한때 특권 내려놓기 등의 혁신안을 내놨지만, 변죽만 울리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야당이 염치 없이 의원수 증원 문제를 꺼내든 것에 이어 여야가 '아들·딸 취업특혜' 의혹논란을 야기한 것은 일자리를 찾아 헤메는 청년들에게는 삶의 의지를 꺾는 비수가 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혹은 노동개혁이 우선이라며 정쟁을 벌이고 있다니. 국민의 눈에는 '염불보다느 잿밥'식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남에게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려면 나부터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국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인이 제 살을 깎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실업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한 이 시점에서 개혁 주체를 두고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소모적 논쟁을 떨치고 민생과 국익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의 '국회 개혁'부터 보여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