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고질병인 계파 갈등 없앨 즉효약인데도… 혁신위, 입도 뻥긋 안 해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제안을 맞이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심경이 복잡해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취임 1주년 맞이 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만악의 근원인 공천 문제가 해결되면 정치권이 안고 있는 부조리와 부정부패의 90%는 없어질 것"이라며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것을 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김무성 대표가 우리 당에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제안했다"며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우리 당 역시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만큼 동시 실시에 대해서는 검토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무성 대표의 기자회견에서도 "8월 말까지 정개특위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실시할 생각인가"라고, 야당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이 나왔다.

    심지어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제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지난 4월 9일 의원총회에서도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안 받을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추인한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4월 2일 의원총회에서 거센 반대 때문에 추인이 되지 않았는데, 오픈프라이머리 전면 실시가 지론인 김무성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굳이 당대표와 각을 세우지 않고 야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은 왜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을 선뜻 받지 못하는 것일까.

    오픈프라이머리의 특징은 당 지도부가 후보자 공천 과정에 일절 개입할 여지가 사라진다는데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표현은 이래서 나온다. 당대표 또한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간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개됐던 당내 계파 싸움과 줄서기, 보스 정치, 전당대회에서의 이전투구 등이 순식간에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도 13일 기자회견에서 "당내 권력자가 '공천'을 무기로 줄세우기를 하면서 당내 파벌을 만들었다"며 "공천의 계절이 오면 줄을 서고 아부하기에 바쁜 계파정치의 폐해로 인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분노와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고 꼬집었다.

    이렇게 보면 오픈프라이머리야말로 새정치연합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 계파 정치를 청산할 수 있는 즉효약인 셈이다. 이처럼 계파 정치 청산의 지름길이 뻔히 눈에 보이는데도,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사무총장 폐지·선출직공직자평가위 구성 등 변죽만 울리면서 정작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략공천을 양성화하는 등 '역주행'의 기미마저 엿보인다. 혁신위원으로 입성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부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4선 이상 용퇴 △현역 40% 물갈이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공천권을 장악하기 위해 2·8 전당대회에서 사투를 벌였던 문재인 대표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순간,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였던 '여론조사 관련 룰 유권해석 변경' 등 각종 이전투구 행위가 '허무개그'로 전락해 버리게 된다. 공천권을 내려놓을 리가 만무한 셈이다.

    최재성 사무총장도 1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는 절대적으로 현역한테 유리한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응답을 해야 된다"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호남 지역의 비노(非盧)계 의원실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우리 의원은 후보자로 공천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전략공천권 행사를 통해 내심 '호남 학살' '비노 배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을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양당의 대표인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경험의 차이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야기한다고도 지적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는 지난 2008년 이른바 '공천 학살'을 당했었던 인물"이라며 "이 때문에, 당 지도부로 올라선 지금에도 자의적인 공천권 행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는 "'공천 학살'을 당했었던 경험이 없고, 반대로 '공천 학살'을 염두에 두는 위치에 있다"며 "공천에 개입할 방법이 없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