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명연설" 극찬...이정현 "개인적 견해, 스스로 책임져야"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충격적인 주장"이라는 강한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비난을 위한 비난을 일삼던 야당은 "명연설"이라고 극찬하는 등 예상치 못한 반응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첫 대표연설에 나서 "1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 양극화 해소를 시대의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며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을 알고 2차, 3차 하도급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 발전'을 보수의 새 노선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무상보육과 관련해선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주장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의 주장을 놓고 
새누리당 내부에선 적잖은 파장이 감지된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과는 정반대의 기조일 뿐더러, 오히려 야당의 주장에 다가서는 '여당의 애매한 좌클릭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염두에 둔 유 원내대표가 '보수의 새 지평'을 앞세워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포퓰리즘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야당은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놀라운 명연설"이라고 반색하며 이례적인 극찬을 내놓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의 방침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여야가 같이 국회에서 고민하자는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말한 것이 전부였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적 주장을 사전 조율도 없이 내놓은 것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당정청 논의는커녕 당내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것을 두고 "유 원내대표의 단독 쿠데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친박(박근혜)계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9일 "당내 조율이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그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져야한다"면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질적으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셨다"며 "그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세수 부족 등으로 공약 가계부를 지킬 수 없다" 등의 개인적 발언으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 비판한 데 따른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가 당의 입장을 대신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개인 기자회견으로 착각했다는 비난마저 나온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당 대표가 그야말로 당 대표로서 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런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기자회견이나 대정부 질문에서 따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