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2016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민주당 당원 86% 여전히 힐러리 ‘대선후보’로 생각
  • ▲ 美좌파 진영이 새로운 민주당 대선후보로 꼽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민주당, 좌측)과 오랜 기간 차기 대선후보로 꼽혀왔던 힐러리 클린턴前국무장관(우측). ⓒ美CBS 보도화면 캡쳐
    ▲ 美좌파 진영이 새로운 민주당 대선후보로 꼽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민주당, 좌측)과 오랜 기간 차기 대선후보로 꼽혀왔던 힐러리 클린턴前국무장관(우측). ⓒ美CBS 보도화면 캡쳐

    장관 재직 시절 美연방정부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하면서 이 가운데 3만여 개의 이메일을 지워버린 것이 들통난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이 美좌파 진영으로부터 ‘팽(烹)’ 당할 위기에 처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가 연방정부기록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곤경에 처했다.

    이에 美민주당을 지지해 온 좌파 단체들이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 대신 초선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세추세츠, 민주당)을 띄우기 시작했다고 10일(현지시간) 美언론들이 전했다.

    美언론에 따르면, ‘데모크라시 포 아메리카(Democracy for America)’, ‘무브온(MoveOn.org)’, ‘레디 포 워런(Ready for Warren)’ 등 3개 단체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성명을 내고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3개 단체는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의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한 단체들이기도 해 美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3개 단체는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월스트리트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중산층을 대변해 온 사람”이라며 “민주당은 워런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3개 단체는 좌파 성향이 강한 단체들로, 평소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의 정책이 ‘우파적 성향’이고, 美금융계와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라며 불편해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3개 단체가 ‘지지 성명’을 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美좌파 진영 내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좌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2016년 대선에 출마할 뜻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워런 의원은 일각에서 대선 출마를 권하자 사양해 왔으며, 2014년 12월에는 美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불출마’를 거듭 선언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좌파 단체들의 성명과는 다르게, 美민주당 당원들은 여전히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대통령감’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美N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지지하는 당원은 86%에 달했다.

    반면 조 바이든 부통령을 꼽은 사람은 54%,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은 51%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에서 조직적인 행동력과 SNS를 십분활용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3개 좌파단체들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으로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대체하려는 모습은 2000년 초반 한국에서 ‘노사모’가 등장한 뒤 故노무현 前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극적인 역전극을 펼친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해 국내 언론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美좌파 단체들이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버리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추대’하게 된 이유는 ‘이메일 게이트’ 때문이다.

    미국은 공적인 일에 사용한 이메일은 국가기록물로 보관해야 한다. 때문에 거의 모든 공무원이 연방정부 서버의 이메일을 사용한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국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국무부 서버의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왔으며, 업무 상 주고받은 메일들도 퇴임하면서 정부에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업무상 주고받은 6만여 개의 이메일 가운데 3만 여개는 임의로 폐기해버린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은 “지워버린 메일은 모두 개인 일상에 대한 것이어서 저장할 이유가 없어 폐기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가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의 ‘이메일 게이트’를 파고들게 된 이유는 2012년 9월 11일 리비아를 휩쓸었던 폭동 때문이다.

    리비아 폭동 당시 무장한 폭도들은 벵가지 영사관을 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대사와 美외교관 3명이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오바마 정부의 최악의 외교적 실패로 꼽혔고, 美공화당은 당시 스티븐스 대사와 관련된 클린턴 국무장관의 이메일 공개를 요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