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도입' 주장에 나경원 "정당정치에 반해"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야를 대표하는 여성 의원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톱투 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톱투 프라이머리'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예비선거 상위 득표자 2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시스템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워싱턴·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되고 있는 통합형(Blanket) 프라이머리의 일종이다.

    박영선 의원은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동 주최한 '오픈 프라이머리' 발제에서 "기왕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바에는 톱투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톱투 프라이머리는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본선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모든 후보자가 예비선거를 통해 걸러지는 시스템"이라며 "새누리당을 통해 입후보하고자 하는 후보가 2~3명 나올 수 있고,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이며,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의 후보자도 한꺼번에 예비선거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톱투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영·호남에서는 현재 공천은 곧 당선"이라며 "톱투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게 되면 영남에서는 새누리당 후보 2명이 본선에서 최종 대결할 수도 있으므로, 유권자를 많이 만나고 민심을 훑은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박영선 의원이 주장한 '톱투 프라이머리' 제도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상돈 교수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천개혁분과위원장을 역임하던 시절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 중인 톱투 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8월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을 때 이상돈 교수를 공동 위원장으로 초빙해 공천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친노(親盧)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낙마, 없던 일이 됐다.

     

  •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박영선 의원의 안은 정당정치에 반하지 않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호남의 경우 새정치연합 후보자만 2명 본선에 올라갈 수 있고 호남에도 새누리당 지지자가 있을텐데 새누리당 후보자가 없다고 하면 정당정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대안으로 준폐쇄형(Semi-closed) 프라이머리에 가까운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의 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의 안은 양당이 같은 날 전국적으로 일제히 예비경선을 실시함으로써 투표율을 제고하고 역선택을 방지하는데 초점이 있다.

    이 경우 양당이 각자 예비경선을 하되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실시함으로써 상대 당 지지자가 일부러 약한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당원과 무당파 유권자가 예비경선에 참여하는 셈이 되므로 준폐쇄형 프라이머리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가상준 단국대 교수도 "박영선 의원이 제시한 톱투 프라이머리는 영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만 2명, 호남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만 2명 나오는 것으로 후보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톱투 프라이머리를 하지 않고 (새누리당의 안대로) 정당별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영호남에서는) 예비경선 승자가 곧 본선 당선으로 가는 구조가 된다"며 "톱투 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 후보자도 예비경선에서 2등 안에 들면 본선에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구도 고착화를 타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가상준 단국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오픈 프라이머리의 즉각적인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김형준 교수는 "여야가 동시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2015년 1월 22일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획기적인 정당개혁을 가져오는 날"이라며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 집권 여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고, 야당은 망당(亡黨)적 계파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개특위에서 올해 5월까지 국회의원 정수를 비롯한 선거구 획정 문제를 결정하는 데드라인으로 삼지 않으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문제는 헛돌게 될 것"이라고 시한까지 제시하는 열의를 보였다.

     

  • ▲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22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박영선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 박명호 동국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시골에서는 절대적으로 동원 능력 싸움이 될 것"이라며 "선거구 면적이 넓고 인구가 고령화돼 있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예비경선) 투표장으로 실어나르는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명호 교수도 "17대 총선에서도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한 곳이 있는데, 선거인단 규모가 1000명 미만이었다"며 "동원 선거 가능성을 억제하려면 1만 명 이상을 해야 할텐데 전국 246개 선거구에서 1만 명 이상씩 투표하겠나? 유권자의 관심이 몰린 일부 선거구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동원 선거 가능성을 우려했다.

    나아가 "국민이 공천권을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정당이 제대로 못하다가 돌려준다고 한다"며 "개혁, 혁신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걸 보니 선거가 다가오기는 한 모양인데, 혁신 다음에는 어떤 단어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