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뇌물공여죄는 공소시효보다 '부정한 청탁' 유무가 핵심… 입증 쉽지 않을듯
  •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른바 '처남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해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른바 '처남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해 사과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땅콩 회항'의 결말이 쇠고랑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사회적 물의' 정도로 여겨졌던 재벌 3세의 막장 행보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처남 취업 청탁'은 어떨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짧은 사과 표명 이후, 자신의 거취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당이 전당대회 분위기로 급물살을 타면서 얼마 안 남은 자신의 '임기'를 끝끝내 지키겠다는 심보이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뇌물공여죄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제1야당의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밝혀진 만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난이 높다.

     

    ◆ "처남 취업 청탁해 자신의 빚 갚는 셈"

    지난 16일 공개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5부의 판결에 따르면, 문희상 위원장의 배우자는 처남과 공동 명의로 소유하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했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문희상 위원장 내외는 처남에게 빚을 진 셈이 됐다. 이에 지난 2004년, 문 위원장은 경복고 후배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위원장의 청탁을 받은 조양호 회장은 미국의 브리지웨어하우스 INC에 취업을 재청탁했다. 이 회사에 컨설턴트로 취직된 문 위원장의 처남은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8년간 74만7000달러(약 8억 원)를 급여로 받았다.

    소송 과정에서 문희상 위원장의 처남은 "8년간 일하지 않고 받은 8억 원은 문 위원장이 자신에게 갚아야 할 빚의 이자 성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문희상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제3자(처남)를 청탁 취업시켜 급여를 지급받게 하는 것이, 자신의 빚을 갚는 것이 된다. 뇌물 공여나 다름없어 외형상 제3자뇌물공여죄가 문제될 수 있다.

    ◆공소시효 성립 여부… "포괄일죄로 보면 기소 가능"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뤄진 문희상 위원장의 '처남 취업 청탁'을 제3자뇌물공여죄로 실제로 기소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제3자뇌물공여죄는 제3자(처남)가 뇌물을 공여받기 시작한 때 이미 범죄가 성립된다. 이 때부터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으므로 공소시효는 이 때부터 기산된다.

    그렇다면 2007년 개정 이전의 구 형사소송법상 제3자뇌물공여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 2009년으로 시효가 만료돼 기소할 수 없게 된다.

    반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8년간 급여를 지급받은 행위 하나하나가 포괄해서 하나의 죄가 된다고 보면(포괄일죄), 급여를 마지막으로 받은 2012년에 범죄행위가 완성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2002년 10월 11일의 대법원 판례도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서 같은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현행 형사소송법상 제3자뇌물공여죄의 7년의 시효가 적용되므로 기소가 가능하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을 지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2012년부터 기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 부정한 청탁… "판결 상의 사실관계로는 입증 곤란"

    형법 제130조에 규정돼 있는 제3자뇌물공여죄는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죄가 성립하려면 조양호 회장이 문희상 위원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청탁을 받은 문희상 위원장이 그 대신 제3자(처남)에 대한 취업 청탁을 통해 뇌물을 공여받는 형태가 돼야 한다.

    그런데 문희상 위원장의 취업 청탁은 판결문에도 나와 있듯이 처남에게 빚을 진 모양새가 돼서 이 빚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형태로 이뤄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는 조양호 회장과 문희상 위원장 사이에는 경복고 선후배라는 것 외에는 부정한 청탁이라 볼만한 연결고리가 없다.

    문희상 위원장이 당시 노무현 정권 하에서 실세이기 때문에 처남을 취업시켜주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나, '고등학교 선배니 이 정도 청탁은 들어드려야겠다'는 '다른 동기'로는 '부정한 청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2011년 판례를 통해 "막연히 선처해 줄 것이라는 기대나, 직무집행과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해서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는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이를 명시적으로 부정했다.

    ◆ 법적 책임보다 정치적 책임이 중요… "사퇴해야"

    16일 '취업 청탁' 의혹이 보도되자 문희상 위원장은 직접 사과하는 대신 김성수 당 대변인을 통해 구구절절히 해명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문희상 위원장은) 정치 인생을 걸고 한 번도 자식이나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사실이 없고, 처남이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다른 회사에 취업한 것은 문희상 위원장도 송사 과정에서 처음 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의혹이 알려지고 4일이 지난 19일에야, 비대위 회의의 모두발언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정국 현안을 놓고 대여(對與) 공세를 한참 이어간 끝에 발언 말미에야 사과 발언을 했다.

    사과 역시 "처남 취업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나 때문에 처남이 특혜를 입었다면 내 부덕의 소치"라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사퇴 여론이 고조되고 있지만 거취 표명은 없었다.

    법률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면책될 수는 없다는 여론이 높다.

    문희상 위원장은 '취업 청탁' 의혹으로 자신의 간접적인 청탁만으로도 '일하지 않고도 억대 연봉 받는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잘못을 시인했음에도 책임지는 태도가 없던 데 대한 비난이 크다.  

    특히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와 스펙 계발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층 사이에서 상실감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억대 연봉은 커녕 쥐꼬리만한 월급 때문에 힘겨운 직장 생활을 감내하는 샐러리맨들에게도 한없는 허탈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아이디 mumu** 사용자는 "150만원 벌려고 새벽별 보고 출근하고 저녁별 보고 퇴근하는데 기운 빠진다"면서 "빽이 좋긴 좋다, 실제로 근무도 안하고 어떻게 1년에 1억을 받느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사용자  skyt**도 "국정을 이끌어 가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라며 "왜 국회에서 저런 사람을 내보내지 않느냐, 새정치연합은 뭐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