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장관" 평소 주거니받거니 칭찬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올해 6월 '만만회'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최근 이른바 '정윤회 파문'이 불거지자 "김기춘 실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대여(對與) 공세의 최전선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그리고 그 '정윤회 파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첩을 보고 문체부 국·과장의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은) 대충 맞는 정황"이라고 폭로함으로써 의혹을 크게 키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런데 유진룡 전 장관이 장·차관의 지위에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발탁한 사람이 다름아닌 박지원 의원이라는 점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 ▲ 지난 7월,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 트위터 캡처 화면
    ▲ 지난 7월,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 트위터 캡처 화면

    ◆유진룡 임명은 칭찬, 면직은 비난했던 박지원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현 정부 들어 마치 변사가 무성극 해설하듯 유진룡 전 장관의 진퇴(進退)에 맞춰 평을 해왔다.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유진룡 전 장관을 내정했을 때, 박지원 의원은 "아주 잘한 인사"라고 호평했다.

    이어 올해 7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해 후임자가 미처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이례적으로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됐을 때, 이를 강하게 비난한 것도 박지원 의원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신 장관은 면직하고 예스 장관만 필요하다면 왜 장관직을 두느냐"고 비난했다.

    장관직 면직 사태 때 이를 비난한 것은 대여 공세의 차원에서 그렇다 치더라도, 임명 때 "아주 잘한 인사"라고 칭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둘 사이의 인연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각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좌천됐던 유진룡, 문화부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한 박지원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 국립국어연구원 부장으로 발령난 유진룡 전 장관.

    행시 출신이 산하 기관 부장으로 좌천됐다는 점에서 그의 커리어도 정리되는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정권 실세였던 박지원 의원이 2000년 문화부 장관을 맡으며 산하 기관에 좌천돼 있던 유진룡 전 장관을 대변인 격인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최초에는 이 둘의 사이가 그다지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문화부 차관 시절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들이받고 "배 째 달라는 말씀이냐"는 말을 들으며 물러났던 습성대로, 유진룡 전 장관은 자신을 발탁한 박지원 의원도 들이받았다.

    박지원 의원이 "당신은 일은 잘하는지 몰라도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꾸짖자, 유진룡 전 장관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화를 버럭 내면서 나가라고 했지만, 30분 후에 유진룡 전 장관을 다시 불러들여 "내가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맞다"고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회 있을 때마다 주거니받거니 칭찬… 돈독한 관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이 둘 사이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진 것은 그 때부터였다는 평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지원 의원과 유진룡 전 장관은 사석에서나 인터뷰 등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서로 "정말 소신 있는 친구", "가장 존경하는 역대 문화부 장관"이라며 주거니받거니 칭찬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정윤회 파문'과 관련해 박지원 의원과 유진룡 전 장관이 뜻하지 않게 '공동 전선'을 취하는 듯한 모습을 띄게 된 것에는, 이러한 사사로운 돈독한 관계가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