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아베 수상은 中 ‘안중근 기념관’ 개관 직시해야!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와 망언 망발, 잇따른 역사의 준엄한 교훈을 저버리는 듯한 무지의 소치,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배척하고 거스르는 아베 신조 日 총리의 망각의 도가 어디까지 치닫게 될 것이고, 그 끝이 어디쯤일지 가늠키조차 어려운 즈음이다. 

    그러나 역사가 주는 분명한 교훈은 지난 과거사실을 도외시한 무지한 자, 국가에 주어지는 결과는 오직 패가망신(敗家亡身)에 멸문지화(滅門之禍) 입진뿐이라는 냉엄한 사실을 아베 총리와 일 당국자들은 직시해야만 할 줄 안다.

     쾅! 쾅! 쾅! 굉음을 발하는 세발의 총성이 중화민국 하얼빈 역사(驛舍)에서 울려 퍼졌다. 도발자, 침탈자, 약소국가 민족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지은 범죄자에 대한 2천만 대한민족을 대표한 단죄의 총성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인 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 30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그 세발의 총성이 일으킨 위업은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뇌리에 선명하게 되살려지며 국가를 위한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정신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전 조선인은 물론 중국과 동북아 등 세계사에 일대 족적을 남긴 대 사건이었다. 

    조선침략의 원흉이자 일본의 거물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응징의 총성이었다. 4 차례나 총리를 지낸 정치가 이토 히로부미는 1905년 대한제국과 을사조약을 맺는 데에도 크게 역할 했으니 나라를 빼앗은 자에 대한 빼앗긴 나라의 민족대표가 부여한 단죄의 총탄세례였다. 아니 그것은 단순히 침탈자에 대한 응징이기에 앞서 후일 역사에 교훈을 새겨준 세계가 주목한 대 의거(義擧)였다. 주역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독립군 장군이자 사표인 안중근 의사. 

    그 장쾌한 의거(義擧)로부터 105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심한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세상은 변화무쌍하게 변모되지만 하얼빈 역사를 뒤흔든 105년 전 안 의사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為國獻身軍人本分)’, 동양평화론, 평화사상은 더 표표히 적셔지고 있다. 

    지난 1월19일 중국 발로 전해진 뜻밖의 낭보(朗報)가 우리를 들뜨게 했다. 치졸한 일본 우익세력들의 망동(妄動)에 인내의 한계점까지 이르던 우리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다. 중국 하얼빈시가 기차 역사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했다 는 내용이었다. 생각지도 않았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쇼킹 뉴스 그 자체였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자국 내에서도 언론 엠바고(embargo) 를 요청했고,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며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기념관은 200㎡(70평) 규모로 건물 내부에서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됐으며, 내부에는 안 의사 동상, 생애와 의거, 뤼순감옥 수감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사료(史料)가 한․중 양국어로 설명, 전시하고 있어 그 의의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이처럼 비밀리에 안 의사 기념관을 개관한 것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후 첫번째 순방국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저격 장소에 기념비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이토록 기념관으로 까지 격상될 줄은 전혀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알려진 사실처럼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안 의사의 의거 지점 바닥에 화살표(정사각형 안에 세모표식)로만 표시하고 여기에 대한 관람도 통제해왔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서이기도 하다. 또 우리 국민이 관광차 그곳을 보려 해도 별도의 기차표를 사서 역 안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 당국이 전체 비용을 부담하며 기념관을 개관하고 시설관리까지 전담하고 나선 것은 한․중 관계에 있어 한 단계 더 진화이자 시진핑 주석의 박근혜 대통령과 한 국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의례가 아닌가 생각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역사문제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중심으로 한 영토 문제 등 중․일의 노골화된  적대적 불편관계가 큰 작용을 했음이 아닐까 여겨진다. 

    안 의사 기념관 개관에 대한 우리 정부는 크게 환영했다. 외교부는 이 날자 논평에서 “한중 양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안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의거현장에 설치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 한다”며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이를 계기로 안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올바른 역사의식에 기초해 진정한 평화협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안 의사 기념관 개관이 한․중 관계에 또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문제, 위안부 할머니 문제, 수 만점을 헤아리는 약탈 문화재 문제, 과격우익세력의 혐한(嫌韓) 행위 등으로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관계가 최대의 위기국면 아래서 접접을 찾지 못하고 방황과 표류를 계속하고 있는 즈음에 중국의 한국을 대하는 통큰 결단이 어떤 분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

    물론 민족적 쌓인 감정으로 일본과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중국과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많고, 앞으로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통일을 위해서도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중국과는 풀고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숱하게 놓여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이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이 보여준 역사적 사실은 우리정부는 물론 일본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이번 기념관 개관을 지켜본 과거 군국주의와 우경화에 경도된 일본 우익세력과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짖던 역사를 올바로 직시하지 못한 노회꾼들은 끓는 심회를 주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를 비롯해 그 아류 세력들이 진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다면 이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이 주는 의미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할 줄 안다. 

    그것은 곧 바른 역사의 되새김이자 깨달음을 얻는 길이며 경제 강국이란 사실만으로 우쭐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을 탈피해 진정으로 강국이 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국가와 민족은 언젠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 정권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현오(칼럼리스트, 객원기자. 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