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채동욱으로부터 이어진 특수통 적자(嫡子)..‘성향’도 비슷
  •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정면 충돌했다.  조영곤 지검장이 윤석열 지청장의 [항명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윤석열 여주지청장(오른쪽).ⓒ 연합뉴스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정면 충돌했다. 조영곤 지검장이 윤석열 지청장의 [항명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윤석열 여주지청장(오른쪽).ⓒ 연합뉴스



    대검 차장과 부장들이 총장실에 올라가서
    총장의 명예로운 용퇴를 건의했다.

    전국 각 지검 부장 이상들이 비상대책회의를 한 결과
    더 이상 총장으로서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은
    대검차장(당시 채동욱 차장) 지시에 의한 내용이고

    대검 대변인이 알릴 수 없는 내용이라 대신 설명한다.

       - 2012년 11월 29일.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장.
          지난해 말 벌어진 [검란 파동] 당시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간부들의 [항명] 상황을 설명하면서.


    헌정 사상 유래가 없는 [혼외 아들] 의혹으로 중도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입]이 사라졌다.

    스스로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다가 빈축을 산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에 이어,
    [채동욱 키드]로 불린 검찰 내 [특수수사통의 적자](嫡子)
    마지막까지 상급자의 지시를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 ▲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증인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증인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판 정변](政變)으로 권력을 잡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낯 뜨거운 추문으로 퇴진한 그를 따라 사표를 던진 김윤상 전 검사,
    채동욱의 마지막 유산인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진행하면서
    하극상을 연출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이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상급자에 대한 [항명][지시거부]가 그것이다.

    채동욱 전 총장은
    자신이 옆에서 모시던 현직 검찰총장이
    젊은 검사들의 마음을 잃었다는 이유로,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데 앞장섰다.

    몇 달 뒤 그는
    검찰총장직에 올라,
    항명을 주도한 자신의 친위부대원들을 요직에 앉혔다.

    지난해 말 벌어진 [임진검란](壬辰檢亂)은
    수양(首陽)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癸酉政亂)을 연상케 한다.

    首陽은 자신과 함께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데 앞장선 정인지와 한명회 등을
    일등공신에 올렸다.

    채동욱 전 총장은 취임 직후,
    호위무사 김윤상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을 대검 감찰1과장에,
    자신의 대변인 노릇을 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전진 배치했다.

    특히 윤석열 검사의 발탁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채동욱 전 총장이 길러낸
    [채동욱 키드]의 선두주자였다.

    채동욱 전 총장으로부터 이어지는
    [검찰 특수수사통의 적자]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닮은 점이 많았다.

    채동욱 전 총장이
    자신이 맡은 사건 당사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지방을 전전하다
    다시 대검 수사기획관에 임명돼 금의환향한 것처럼,
    윤석열 전 팀장도 임명과 동시에 지방청을 돌다가
    잠시 검찰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하는 등 부침이 있었다.

    불도저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저돌적인 수사방식도 공통점이었다.
    주요 경력을 특수부에서 쌓았다는 점도 같았다.

    성향이 같아서였을까?
    상급자를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비슷했다.

    채동욱 전 총장이 조직 내 두터운 신망을 무기로,
    한상대 전 총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항명한 것처럼,
    윤석열 전 팀장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를 거부했다.

    직근 상급자였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선
    지휘라인에 있지 않았다며 무시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 ▲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맡아온 서울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이진한 중앙 2차장 검사 뒤로 윤석열 팀장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맡아온 서울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이진한 중앙 2차장 검사 뒤로 윤석열 팀장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윤석열 전 팀장은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중앙지검장에게 공개 망신을 줬다.

    그러면서도 그는 
    [할 일을 했을 뿐]이란 태도를 보였다.
    그의 [항명] 대상은 검찰만이 아니었다.

    그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했다.

    그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악용해
    축소수사를 지시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 ▲ 지난 6월 11일 문화일보는 윤석열 전 팀장과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윤 전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외압설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화일보 화면 캡처
    ▲ 지난 6월 11일 문화일보는 윤석열 전 팀장과의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윤 전 팀장은 인터뷰를 통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외압설을 강하게 주장했다.ⓒ 문화일보 화면 캡처

    그러나 윤석열 전 팀장의 태도는
    같은 수사팀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공안통] 검사들은
    윤석열 팀장의 수사 방침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윤석열 전 팀장과 같은 [특수통] 검사들은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했다.

    황교안 장관과
    직근 상급자인 김진한 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공안통이었다.

    결국 윤석열 전 팀장이 말한 [외압]의 실체는
    "채동욱 전 총장의 뒤를 잇는 특수통 적자(嫡子)
    [공안통] 상급자들과 벌인 충돌"
    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렇게 볼 때 그의 [항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지휘라인을 무시한 수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 없는 [외압]을 주장하며,
    상급자들을 구태 검사로 몰아세우는 모습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말 [검란] 파동 당시,
    사실상 백기를 든 한상대 전 총장이
    마지막으로 대검 고위간부들을 불러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자리에서,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며 [면박]을 준
    채동욱 전 총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한상대 전 총장은
    채동욱 총장을 정점으로 한
    대검 및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의 집단 항명에 사퇴 결심을 굳히고,
    대검 고위간부들을 집무실로 불러
    파동의 직접적 원인이 된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배경을 설명했다.

    부하들의 [항명]에 불명에 퇴진을 하게 된
    한상대 전 총장이 마지막으로 체면을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채동욱 당시 대검차장은 이 자리에서
    한상대 총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자신을 따르는 항명그룹 수뇌부들 앞에서
    대놓고 한 전 총장을 무시한 것이다.

    채동욱 전 총장이 전임자인 한상대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면,
    윤석열 전 팀장은 상급자인 조영곤 지검장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윤 전 팀장은
    조영곤 지검장으로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재가를 받았다고 강변하면서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대해선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건 수사를 위해
    의도적으로, 
    조 지검장을 배제했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성 주장도 거듭했다.

    (공소장 변경에 대해 조영곤 지검장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승인은 받지 못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에서 지검장님을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나가기 불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했다.

    (외압은)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돼 온 것이고,
    특히 6만여개 트윗이 발견된 후로는..
    (황교안 법무장관과 관계된 이야기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21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현 여주지청장).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그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영곤 지검장이 집에서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야당이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을 하겠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 내면 해라”고 말했다.

       -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아끼던 후배로부터
    사실상 공개 망신을 당한 조영곤 지검장은
    말을 잊지 못했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 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항명' 발언 이후 눈물을 흘리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그는 후배를 책망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팀장의 발언에 터 잡은 야당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조 지검장은 마지막까지 말을 아꼈다.

    윤 지청장이 집에 찾아온 것 맞지만 면밀히 검토하라고 얘기했다.
    변경된 공소장을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공소장 변경을 승인하는가?
    보고와 수사과정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
    (외압 주장에 대해) 수사 초기부터 잘 하라고 격려했다.

    아끼는 후배하고 이런 것을 가지고 공방을 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국민을 위해서도..

    저는 이렇게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수사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는 것은 눈치보기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대검의 진상조사결과를 통해 밝히겠다.

       - 21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YTN 화면 캡처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YTN 화면 캡처
     
  •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YTN 화면 캡처
    ▲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YTN 화면 캡처

    하루 뒤인 22일,
    아끼던 후배의 [항명]에 눈물 짖던 조영곤 지검장은
    대검찰청에 본인에 대한 [셀프 감찰]을 요청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가
    자신에 대한 감찰을 스스로 요청한 것은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조 지검장의 자진 감찰 요청은
    자신을 구태 검사로 치부하는 듯한 후배의 태도에, 
    그가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윤석열 전 팀장의 [항명]이란 뜻밖의 호재를 만난 야당은
    [도끼 만행], [국정원에 굴복한 검찰]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검찰과 법무부를 압박하고 있다.

    벌써부터 그의 폭로를 진실로 단정 짓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길태기 대검차장의 지시에 따라
    [윤석열 파동]의 진상을 자체 조사 중이다.

    감찰본부는
    윤 전 팀장이 조영곤 지검장에게 건넸다는
    2쪽짜리 보고서를 비롯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감찰본부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영곤 지검장,
    이진한 2차장,
    윤석열 전 팀장 등을 불러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파동 최대의 희생자는 조영곤 지검장이다.
    윤석열 전 팀장으로부터 공개 무시를 당한 이진한 2차장검사도 마찬가지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잃은 이들이
    조만간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윤석열 전 팀장과 채동욱 전 총장 사이의 공통분모는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채동욱 전 총장은 한상대 전 총장을 찍어냈다.
    조영곤 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검사는, 
    채 전 총장의 후계자인 윤석열 전 팀장에 의해
    불명예 퇴진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채동욱 데자뷰]가 검찰 조직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