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2030 발언대 제47호]
    우리나라의 인성교육, 학생들은 어디서 배우고 있나

    문지선(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경영학 4학년)

     
  •   엄마와 저는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 옆 테이블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던 아이가 잘못해서 물을 쏟고 말았는데요, 그 아이 바로 옆에 앉아있던 제 엄마 쪽으로 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물 몇 방울 튄것 만으로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이도, 그 아이의 저녁을 챙겨주던 젊은 엄마도 별다른 사과의 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계속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엄마께서 넌지시 ‘얘야, 이런 일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는 거야.’ 하고 가르쳐주었지만 아이는 끝끝내 사과의 말없이 자기 엄마와 함께 가버렸습니다. 우스운 점은 아이 엄마는 오히려 저희를 노려보고 자리를 떠난 점이였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대가족이 기본 가족 단위였고 엄마, 아빠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사람 됨됨이를 배웠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소가족 속에서 아이가 자라나게 되었고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일찍이 보육원에 보내져 영재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와 그런 아이가 예쁘다며 어화둥둥 감싸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미국에 있는 한인 보육원에서 3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은 아이들은 쉽게 “미안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였습니다. 특히, 자기 또래 아이들에게 말하기 싫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요, 그 말을 하게되면 자신의 패배라고 인정을 하게된다는 생각에 굴욕적으로 느끼는가 봅니다. 하지만 옆에서 사근사근 아이가 왜 잘못하였는지 말해주며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면 후에는 아무리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일 지라도 결국에는 자신이 잘못했으면 사과의 말이 바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전문화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학교의 교육을 받고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의 목적은 시민을 길러내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재육성이란 측면에 치우치게 되어 학생들에게 도덕심, 준법정신, 정직함을 북돋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인성교육 현황과 시사점' (2011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왕돈)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인성교육에 창의성 및 시민교육이 수업에 녹아 있다고 합니다. 예로, 역사와 사회과목에서는 윤리적인 가치를 찾게 하고, 문학과목에서는 도덕적 딜레마에 초점을 맞춰 에세이를 쓰게합니다.

    수학과목에서는 도덕적 태도에 관한 조사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토론모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이의 해결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 합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존경, 정의, 배려와 같은 윤리적 덕목뿐만 아니라 다양성, 리더십, 신뢰, 평화의식등과 같은 덕목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민간부문 비영리 전문기관의 활동이 활발하여 인성교육에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멘데즈 재단 (Mendez Foundation)에서는 마약과 폭력예방을 학교의 학생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단위로 널리알리고 있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은 그다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학교에 다닙니다. 링컨대통령에 대해서 배울 때에는 아무도 노예제도 해방을 두고 일어난 남북전쟁이 쓰잘데기 없다고 불만을 내놓는 학생들이 없습니다.
    또한, 남부쪽 총사령관을 맡은 로버트 E. 리 장군에 대해서는 비록 링컨대통령과 반대의 입장에서 싸웠을지라도 굴지의 명장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비록 뜻을 달리 했어도,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은 높이 볼 줄 아는 태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 몸이 불편한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비장애 학생들 사이에서 함께 활동합니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대놓고 놀리거나 기피하는 일도 없지요. 저는 고등학생 때 매 해마다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서 RELAY FOR LIFE라는 암투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했고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운영하고 계획하는 자원 봉사클럽이 수두룩 한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대학교에서 매 해마다 크게 주최하는 THON(Penn State IFC/Panhellenic Dance Marathon)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돈을 모아 사회에 암투병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미국 학교들은 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벤트를 겪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허나, 우리나라의 학교는 어떤 학생에게는 못 잔 잠을 마저 자는곳, 다른 학생에게는 친구를 하인처럼 부려먹는 곳, 또 다른 학생에게는 폭력과 협박이 난무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학교폭력은 정부가 아무리 방안을 내놓아도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방안은 CCTV보다도 학생들이 받는 교육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아버지께 감사 드리는 점은 인생에 있어 필요한 덕목들을 강조해 주신 점입니다.
    '어른에게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 모든 일의 기초는 건강이니 항상 운동을 하고 남에게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하며, 생명 하나하나 소중한 것이다'라는 소소하지만 기본적인 예의를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새겨주셨습니다. 그것들이 공부보다도 중요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이젠 어른이 된 제 기억 속에도 남아서 행실로 실천합니다.

    어느새 심각해진 교육열은 아이들의 인성을 죽이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머리와 좋은 점수만이 자신들의 아이에게 좋은 것이라고 믿는 부모 또한 생각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커서 모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능력만이 아닌 됨됨이 또한 필수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요새는 점점 심해져 가는 사교육을 바로잡는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인성을 바로잡는 교육강화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가 교육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성을 쌓고 인재를 만들어 나라의 일꾼이 되는 것입니다.

    인격은 형편없는데 그저 똑똑하고 잘난 인재를 키운다고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설 수는 없습니다. 썩은 소프트웨어는 곧 하드웨어를 무용지물로 만들 테니까요.

    학교는 인성교육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며 그저 무조건 주입식인 교육보다는 학생들의 취미활동에도 신경을 써 주어야 할 것입니다.
    북미의 예로 방과 후, 학교 내에서 스포츠, 예술, 문화활동을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줍니다. 이 방법은 학생들이 공부로만 풀 수 없는 스트레스와 정서를 좋은 방향으로 풀 수 있으며, 학생들의 재능발전에 좋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 시스템 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점수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며 아이가 살면서 정말 필요한 덕목들을 항상 강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