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손에 놀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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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재춘 회고록 표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북핵위기가 시작된 1993년 이래 북한을 상대로한 양자 또는 다자간의 절충, 교섭 또는 합의가 단속적(斷續的)으로 이어저 왔지만, 그 결과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수 있는 시간만을  허용해준 셈이 되었다.

    20전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상황이 훨씬 악화되었다. 플루토늄 뿐만아니라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까지 완성단계에 와 있고, 3차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교섭을 통한 비핵화]는 물건너간 셈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원인을 되 돌아 보아야 대책이 나온다.  

    북한측의 [벼랑끝 전술]에 밀려서 북한의 영변에 있는 모든 핵시설의 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고 건설이 완료 될 때 까지 매년 중유 50만톤을  공급하는 내용의 미-북간 제네바 합의(Agreed Framework)는 1994년 10월에 이루어 졌다. 

     

    갈루치- 강석주-한승주 라인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부터 표면화된 북핵위기를 한-미양국이 공동 대응하는데 있어, 양국간의 인식의 갭이랄까 보조의 불일치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한국이나 한반도의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요인이라고 보기 보다는 세계적인 핵 비확산(Neuclear Non-Proliferation)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미-북간의 양자교섭으로 일관하였다. 

    한국은 어정쩡한 3자입장에서 훈수를 두어야하는 모양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미간에 신속정확한 정보교류가 부족하였고, 교섭의 흐름이 북한 주도로 끌려가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교섭대표로 임명된 갈루치(Robert Gallucci) 대사는 국무성의 차관보급 관리였는데, 북한 외무성의  강석주 차관이 교섭상대가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승주 외무장관이 갈루치 대사를 만나는데도  제약이 있었다.

    우리 정부는 제네바합의 중에 북한이 이미 추출한 풀루토늄의 양(量)을 2기 경수로의 마지막 건설단계가 될 2002년 경에 가서야 경수로의 “핵심부품”공급과 교환으로 IAEA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비밀합의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격노했고, 많은 국민들도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미 버스가 지나간 뒤였다.

    1995년초에 김영삼대통령은 한승주 외무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공로명 주일대사를 장관에 임명하였다.

    필자는 외무부 제1차관보 발령을 받아 그 때부터 미국과 제네바합의 후속문제들을 협의하게 되었다.

    북핵문제는 무엇보다도 바로 대한민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국측에 설득하는데 협의의 중점을 두었다. 
    그해 1월 하순, 로드(Winston Lord) 미국무성 동아시아 담당차관보를 단장으로하는 고위 사절단이 방한하여, 한-미 고위급 협의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해 3월 하순에는 필자를 단장으로하는 외무-국방-통일-안기부를 막라한 사절단이 구성되어 워싱톤을 방문, 2차 협의를 갖게 되었다. 
    미국측은 제네바합의에 이른 과정에 대한 한국측의 불만을 여로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는 듯하였다. 
    로드차관보는 "미국은 한국을 돕기위해 있다(Korea is seating on the driver's seats)"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워싱톤 방문 중 필자는 갈루치 대사를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었는다.
    그는 시종 야구공을 만지작 거리면서 응대하였다.
    나이가 젊기도 했지만, 그런 그의 태도는 외교관으로서의 기본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나는 불쑥 단도 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필  자:  당신은 북한이 정말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습니까?
    갈루치: 북한이 약속을 지킬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해야 되겠지요.


    내가 다시 물었다.

    필   자: 경수로 2기를 다 지어 주었다고 합시다.
                그런데도 이 핑계 저 핑계로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갈루치: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8년 이라는 시간이 있지요.
               긍정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갑시다.

     

    필자가 너무 직설적인 표현으로 질문을 하는 바람에 그도 약간 기분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순진한 사람에게 북한의 강석주와 교섭하라고 시켰으니 그 결말이 뻔하지 앟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

    개성공단 폐쇄 검토 필요


    이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무엇보다도 북핵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우리 국민들의 통일된 인식이 필요하다.
    북핵이 미국을 겨냥하는것이 될 수가 없다. 

    이러한 인식전환이 있을 때에만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이 우리를 협박하면, 반드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교류 협력과 북핵문제는 별개라는 쓸개빠진 논리에 더 이상 현혹 되어서는 안된다.
    단호함은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와야 한다.

    만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2015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 연합사의 해체는 당연히 연기 되어야 한다.
    적의 공세가 격화 되고 있는데 방어태세를 오히려 약화 시킨다는 것이 도대체 상식에 합당한 일인가? 
    또한 개성공단의 폐쇄도 즉각 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