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까지 나서 재차 부정적 인식 드러내의미없는 역할분담과 선긋기, 국민 더 상처받아
  •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추진하는 특별사면에 정계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처음부터 논란이 불거질 것은 누구라도 예상했던 일.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정치권은 이런 말은 들은 척도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

    ‘2월24일까지는 대통령은 한 분’이라며 현 정권 체면 세워주기에 각별했던 박근혜 당선인도 이번 일만큼은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특별사면은 권한남용이자 국민 뜻 거스르는 것.”


    그것도 두 번씩이나 언급했다.
    2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서.
    그리고 28일 조윤선 당선인을 내세워서.
    좀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 박 당선인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 당선인이 모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특사 반대 여론은 더욱 들끓는다.

    틀린 말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 그것도 뇌물 비리라는 아주 질 나쁜 범죄자들을 사면한다는 것에 발끈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

     

  • ▲ 이명박 대통령이 연이은 측근 비리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 뉴데일리 DB
    ▲ 이명박 대통령이 연이은 측근 비리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 ⓒ 뉴데일리 DB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사면은 커녕 불법 주차딱지 하나에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 말고.
    수백 가지 특권에 둘러싸인 박 당선인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특히 민주당!


    역대 정권에서 연례행사처럼 벌였던 ‘특사 잔치’를 돌이켜보자.

    김영삼 정부는 모두 9차례에 걸쳐 700만명이 넘는 사람을 사면했다.

    김대중 정부는 8차례에 걸쳐 무려 1천32만명을 풀어줬다.

    노무현 정부도 8차례, 422만명에 대해 특사를 단행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전임 대통령들의 ‘봐주기 사면’ 관행을 비판하며 사면권 남용을 막겠다고 공약했던 노 전 대통령이었다.

    더 큰 문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사면한 사람 중 대공사범이 무려 3천538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이었다.


    그럼 이명박 정부는?

    취임 후 단행한 특별 사면 혜택을 받은 사람은 283만명이다.

    수치로만 봐도 DJ 정부의 1/4, 노무현 정부의 절반 가량이다.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어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30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IMF 사태의 책임자들을 대통령 특권으로 풀어준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더 했다.

    2005년 자신의 후원자로서 횡령 등 개인 비리로 구속됐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했고, 2006년에는 최측근 ‘정치적 동업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여택수 전 대통령부속실행정관, 당선인 비서실장이던 신계륜 전 의원을 사면 복권시켰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임기가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수족이었던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면하기도 했다.

    여기에 DJ계열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임동원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사면 복권시켰다.

    이들 중 일부는 이후 민주당이 종북 논란을 빚은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추진하는 ‘만행’을 저지르며 대한민국을 안보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됐다.

     

    이처럼 역대 정부는 전 정권 인사, 경제인은 물론이고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자신의 측근을 구하는 방편으로 사면권을 이용해왔다.
    아니 남용해왔다.

    불편하긴 하지만, 이게 역사였다.
    그때마다 논란만 일었을 뿐 대통령 고유의 권한은 어찌 하지 못했다.

    진짜 이 권한을 없애야 했다면, 이는 제대로 입법활동을 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의 책임이다.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거나 사소한 벌점이 쌓여 살길이 막막해진 서민들을 사면해 준다는 명분으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자신들의 미래에 보험을 들어놓은 건 아닌가.

    2009년 이 대통령이 광복 64주년을 맞아 단행한 사면을 들여다보자.
    대상자 152만여 명 대부분이 자영업자 농민 어민 등 서민들이었고, 범죄 종류는 운전자 벌점이나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었다.

     

  • ▲ 대선을 치른 이후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 뉴데일리 DB
    ▲ 대선을 치른 이후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 뉴데일리 DB

    하지만 전임 대통령들보다 특별사면을 덜 남발했으니, 이 대통령은 그래도 된다는 논리는 부담스럽다. 아무리 ‘특별사면’의 권한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말이다.

    이 대통령이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아쉬운 것은 누가 이 악수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통령 측에선 박근혜 당선자가 다시 '선긋기'를 하고 나선 것에 불만을 털어 놓을 수도 있다.
    박근혜 당선자도 어차피 특별사면이란 고유권한을 만지작 거릴 것 아니냐는 전제를 깔고서 말이다,

    그러나 일반적 관점에서는 과연 누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이냐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게 당연지사다.
    MB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선구자적 대통령으로 남을 수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