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의 기적' 재공연에 붙여

    정진수 선생의 탁월한 역사해석: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한국 현대사의 핵심을 잘 잡아내다

    趙甲濟    
     
      ‣민중극단 창단 50주년 기념 역사 기록극
       정진수/ 작, 연출  
      「한강의 기적」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  
      때: 2013년 2월 13일 ~ 24(평일/ 7시 30분, 토/3시, 6시 일/3시)  
      곳: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한국공연예술센터 내)
      

  •      2년 전 정진수 선생의 작품인 '한강의 기적'을 보면서 연극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朴正熙(박정희), 李秉喆(이병철), 鄭周永(정주영)의 인간됨과 이 세 巨人이 만들어간 1960, 70년대 이야기가 사실에 아주 충실하게 연극화 되었다. 젊은이들에게 이 연극을 보여주면 좋은 현대사 교육이 될 것이란 생각이 날 정도였다.
      산업화의 과정을 이렇게 핵심적으로 요약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진수 선생의 탁월한 역사해석 능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2012년의 두 차례 선거에 延(연)인원으로 5252만8257명이 투표하였다.
    이들의 주권행사는 새누리당에 국회를, 박근혜에게 대통령직을 주는 결단을 내렸다.
    동시에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하였다.
    요약하면 "헌법을 존중하라, 현대사를 긍정하라, 從北(종북)은 안 된다"이다.
    국민들은, 일부로부터 '독재자의 딸'이라고 욕을 먹던 이를 대통령으로 뽑음으로써 역사의 榮辱(영욕)을 다 포용한 것이다.

    달라진 세상에 맞추어 '한강의 기적'이 재공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선거를 잘 한 덕분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이 정권을 잡은 것은 고려 무신란 이후 약800년만이다.
    교사 같은 군인 박정희는 銃口(총구)의 권력을 생산적으로 썼다. 기업가, 과학자, 기술자를 밀어주었다.
    이들이 새 역사 창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계기가 된 것이 '한강의 기적'에도 나오는 박정희-이병철의 역사적 만남이다. 이병철은 가난을 물리치는 데 기업의 역할을 설명하고, 박정희는 금방 이해한다.
    군인이 기업인을 적극적으로 후원, 산업화를 추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서울시내의 한 CJ 빌딩 안엔 故李秉喆(고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요약하여 새겨놓았다.
     
      人材第一
       事業報國
       合理經營
     
      이 3大 원칙엔 李秉喆의 위대한 안목이 녹아 있으며,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말이기도 하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개발은 인재육성임을 간파한 그는 국가건설期 기업의 존재목적이 富國强兵(부국강병)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뒤에 대통령이 되는 李明博(이명박) 은, 정주영 작고 직후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李秉喆(이병철) 회장은 매우 치밀한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鄭周永 회장은 무모한 모험가로 흔히 대비되곤 합니다. 만약 李秉喆 회장이 치밀하기만 하고 결단력과 모험심이 없었거나, 鄭周永 회장이 무모한 모험심만 있고 치밀하지 못했다면 두 사람 다 오늘의 삼성과 現代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끼친 공로도 별 것 아니었을 것입니다.
      鄭회장의 '신화'에 빠질 수 없는 몇 대목이 모두 도박과 같은 모험과 배짱, 그리고 밀어붙이기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그 이면에는 무서울 만큼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바로 보지 않고 신화 같은 얘기에만 매달리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합니다."
     
      정진수 선생의 '한강의 기적'을 보아야 이 기적은 우연이 아니고 한민족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 신나게 일한 결과물임을 실감할 수 있다.

    박정희는 알렉산더 대왕과 같은 호쾌한 영웅도 아니고 나폴레옹과 같은 電光石火(전광석화)의 천재도 아니었다. 부끄럼 타는 영웅이고 눈물이 많은 超人(초인), 그리고 한 소박한 서민이었다.

    그는 한국인의 애환을 느낄 줄 알고 그들의 숨결을 읽을 줄 안 土種(토종) 한국인이었다.
    민족의 恨(한)을 자신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근대화로써 그 한을 푼 혁명가였다.

      한국 현대사를 흔히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한강의 기적'이란 드라마를 보고 사실처럼 느끼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연극에서 필자가 잊지 못하는 대사는 박정희의 말이다.

      "김일성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죽을 힘을 다 해서 여기까지 왔겠소? 우리로 하여금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게 하고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게 한 게 다 김일성이 때문이었으니..."

      그렇다. 김일성의 남침이 없었더라면 울분의 나날을 보내던 민간인 박정희가 장교로 복직하는 일도, 그가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일성의 惡行이 위대한 지도자를 역사의 무대로 불러내어 결국 北을 망치게 만들었으니 이보다 더한 드라마가 또 어디 있을까?
    정진수 선생의 훌륭한 역사의식이 '한강의 기적'을 국민必見(필견)의 역사교재로 승화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