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英·日 과학자 2명 공동수상수상 이유 “줄기세포 연구 탁월한 업적, 질병진단 및 치료에 획기적 기여”영국 존 거든, ‘체세포 복제분야 선구자’일본 야마나카 신야, 세계 최초 ‘유도만능줄기세포’ 성공
  • ▲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의 존 거든 경(왼쪽)과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연합뉴스
    ▲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영국의 존 거든 경(왼쪽)과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연합뉴스

    올해 첫 노벨상 수상자가 영국과 일본에서 각각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8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한 영국의 존 거든(79) 경과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50) 교토대 교수를 선정했다.

    “이미 성숙해 기능이 정해진 세포를 인체의 모든 형태의 조직으로 다시 자랄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질병의 연구, 진단 및 치료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 선정이유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장으로 있는 거든 경은 1962년 개구리 난세포의 핵을 소장세포에서 얻은 핵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서, 체세포 복제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

    체세포 역분화의 개념을 최초로 정립했으며, 그의 연구가 없었다면 복제양 돌리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동 수상자인 일본의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생쥐의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2007년에는 미국의 제임스 톰슨 교수팀과 함께 성인의 피부세포에서 iPS를 만들어 내는 데도 성공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세포 생성 초기의 만능세포로 되돌린 것으로, 세포 분화의 흐름을 거꾸로 돌렸다고 해서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한다.

    세계 의학계와 생명과학자들은 이 독특한 성질을 가진 세포가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한계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iPS는 성인의 피부세포에서 만들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치명적 약점인 난자 채취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이식거부 반응과 같은 기존 세포치료의 부작용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이번 수상에 대해 국내 과학계에서는 노벨위원회가 줄기세포 연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iPS를 치료에 쓰기 위해서는 ‘역분화 과정에서의 종양 발생 가능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데도, 이 분야의 선구자들에게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수상을 시작으로 앞으로 줄기세포 분야에서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 과학계의 연이은 낭보에 착잡한 심경을 나타내는 학자들도 있다.

    일본은 올해 첫 노벨상부터 수상자를 내면서 기초과학대국(大國)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일본은 2010년 네기시 에이이치 미 퍼듀대 교수와 스즈키 아키라 훗카이도대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한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생리의학상 부문에서는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 일본 이화학연구소 뇌과학종합연구센터장에 이은 두 번째 수상이다.

    특히 올해 수상자인 야마나카 교수 역시 일본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은 토종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은 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토산업대 교수를 비롯 해외 유학 경험이 전혀 없는 토종학자들이 잇따라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학계에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도호쿠대 전기공학 학사가 학력의 전부인 중소기업 연구원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거든 경과 야마나카 교수가 2009년 ‘앨버트 래스커 의학연구상’을 공동수상한 사실도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노벨상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래스커 상 수상자들이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1933년 영국 디펜홀에서 태어난 존 거든 경은 1960년 옥스포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칼텍(Caltech,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든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교수는 196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고베대와 오사카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