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로 우리가 '9시 뉴스'에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목 조르고 폭행..' 기사 나온 뒤, 밥 한끼 제대로 못 먹어
  • "유명 개그맨, 아내 폭행 긴급 체포." 추석 당일 올라온 기사 하나가 수백 수천개의 아류(亞流) 기사들을 양산하며 한 가정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기사에 거론된 주인공은 개그맨 김경민(43).

    결론적으로 김경민이 아내를 때렸다는 기사는 오보였다. 김경민은 지난 2일 오전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해당 기사는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엉터리 소설"이라며 "아내에게 몇 마디 욕설은 한 적이 있지만 손찌검을 하거나 목을 조른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뉴데일리>에 "허위 보도로 인해 가족 모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울분을 토한 김경민은, 인터뷰 직후 서울 마포경찰서로 한달음에 달려가 자신과 가족을 펜대로 난도질한 특정 언론사를 고소했다. 소장을 제출하고 밖으로 나온 김경민은 대기 중인 방송·언론사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정황 및 현재의 심경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들은 '진짜' 팩트는 우스울 정도로 싱거웠다. 단지 아내와 소금구이를 먹을까, 순대국밥을 먹을까 옥신각신하다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한 것도 '이번 기회에 남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소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현장에 달려온 경찰도 부부의 사정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훈방 처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관련 소식이 담긴 기사에는 '개그맨이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자백했고,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아내를 때리고 목을 조른 파렴치한 인물로 변해 있었다.

  • 김경민이 '유재석급' 톱스타였다면‥

    사실 확인 결과, '팩트'와 기사의 간극이 너무나 벌어져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혹자는 과다한 속보 경쟁에만 치우쳐 언론사 내부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탓으로 풀이한다. 또 선정적인 보도에 열광하고 높은 관심을 보이는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경민이 스스로 진단했듯, 그가 '힘 있고'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아니기에 이처럼 무자비한 보도들이 가감없이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일 김경민이 굴지의 엔터 기획사에 속해 있거나, 그 자신이 A급 연예인이었다면 이토록 쉽게 네거티브성 기사들이 쏟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관련 없는 이니셜로 처리하거나 그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이중삼중의 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김경민의 실명을 '잠깐' 노출시켰다 삭제하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모자이크 된 사진을 게재한 행태는 이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제발 기자님들, 발품을 팔아서 명확하게 내 주세요. 이번 일로 제가 느낀 것은 기사에 책임은 없고 상처만 남는다는 겁니다. 기자라면 적어도 저와 아내에게 단 한통의 전화라도 넣고 기사를 내는 게 정상 아닙니까? <OBS>와 <뉴데일리>만 저와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외엔 아무도 확인을 안하고 수백개의 기사가 쏟아져 저와 집사람을 난도질 했습니다."

    김경민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언론 매체 중에서 자신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온 곳이 단 두 곳, 그것도 신문사로는 <뉴데일리>가 유일하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펜대를 굴리는 여러분들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김경민의 단독 인터뷰와 기자회견 내용이 공개된 직후 온라인상에는 그에 대한 '지지'와 '동정론'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사실도 모른채 막말을 남겨 죄송하다"는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사실 확인없이 발로 기사를 쓴 다수의 연예 매체들을 힐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경민의 간절한 호소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한 네티즌들은 짧은 시간 그와 그의 가족이 겪었을 고통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힘 없고 인기 없는 연예인이, 공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무거운 짐'만 잔뜩지고 있는 모습은 뭔가 심하게 불공평하다는 느낌이다.

    사소한 부부싸움으로 경찰 신고까지 한 행동은 경솔했지만, 그 작은 실수로 인해 이들 부부와 어린 자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2일 오후 마포구 신수동 자택으로 일부 언론사를 초대한 김경민은 "기사가 나오고 나서부터 식구들 모두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게 바로 '공황 상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일단 저희 부부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기사가 모 종편사에서 나온 이후로 3시부터 한끼도 먹을 수가 없었어요. 이와중에 밥 숟가락이 도저히 목에 넘어가지가 않더라구요. 그냥 둘이 부둥켜 안고 밤새 울었습니다. 애들은 배고프다고 보채고 울고 난리도 아니었죠. 너무나 미안했지만,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 "기자님들, 아내 얼굴을 좀 보세요. 이게 맞은 얼굴입니까?"

    김경민은 함께 자리한 아내 이인휘씨의 손을 꼭 잡고는 "제가 와이프를 때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내 얼굴을 보시면 바로 아실 것"이라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가 이렇게 살짝 잡기만 해도 살갗이 발갛게 부풀어 오릅니다. 그런데 만약 이 덩치로 얼굴을 때렸으면 아내의 얼굴은 어떻게 됐을까요? 과연 이렇게 멀쩡하게 기자님, 방송사 관계자분들 앞에 나설 수 있었을까요?"

    실제로 '맞았다'는 이씨의 얼굴은 너무도 멀쩡했다. 단지 이틀째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어, 피곤한 기색은 역력해 보였으나 절대로 누군가에게 맞은 얼굴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세요. 제가 남편에게 맞았다면 왜 이 자리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항변을 하고 있겠습니까? 밥 먹다가 남편이 사소한 문제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른 건 사실이지만 저를 때리고 목을 조르진 않았어요. 기자분들이 정말 너무들 하신 것 같네요. 이떻게 이렇게 마구잡이로 보도를 하시는지…."

    이씨는 "남편이 저와 싸울때 가끔 욕을 해대, 평소 '욕하지 마라. 그러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 해왔는데 마침 이날 충동적으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며 "무슨 큰 일이 벌어져 신고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저와 싸울때 남편이 가끔 심한 욕을 했어요. 그때마다 저는 '욕하지 마라' '욕하면 신고해 버린다' '제발 욕 좀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죠. 그런데 이날 음식 문제로 다투다 또 욕을 하는 거예요. 순간 화가 나 '이참에 버릇 좀 고쳐봐라'는 심산으로 신고를 한 겁니다. 경솔한 행동을 저지른 점은 정말 후회되지만 다른 뜻은 전혀 없었어요. 이 일이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구요."

    김경민은 "아내가 신고를 하는 바람에 졸지에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지만 우리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형사 분께서도 피식 웃으셨다"면서 "훈방 조치로 끝난 일을 마치 중대 범죄가 일어난 것처럼 보도해 정말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저희 얘기를 듣더니 한 형사님께서 '에이 그러지 마소. 나도 부부싸움 좀 하는데, 이번 기회에 버릇 좀 고치세요'라고 따끔한 주의를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잘 마무리가 된 줄로 알았습니다. 이게 이런 식으로 확대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김경민은 "우리 부부가 9시 뉴스에 나올 줄은 몰랐다. 추석 명절에 왜 이런 뉴스를 내보내 남의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는 연예인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9시 뉴스에 나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추석 명절에 왜 이런 뉴스를 내보내 남의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갑니까? 게다가 제가 아내의 목을 졸랐다는 '허위 보도'에 실명을 왜 거론해요? 그 순간 우리는 죽는건데…. 왜 우리까지 죽이려고 하십니까? 그동안 숱한 피해자들이 있었잖아요? 제발 글을 올리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 좀 하고 확인된 사실만 올려주세요."

    김경민은 지난 2일 폭행기사를 최초 보도한 종편사와 기자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형사 고발장을 접수시킨 상태. 또한 4일경 허위·과장 보도를 일삼은 다수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 정정보도를 요구할 방침이다.

  •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양호상 기자 n2cf@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