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달 무디스와 피치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 조정한 후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하여 한국은 불과 19일 만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이는 A+인 일본, 중국 보다 한 단계 높은 것으로 ‘A레벨’ 국가 가운데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등급이 단시일에 올라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유독 한국에 깐깐할 정도로 보수적 입장을 지켜왔던 S&P도 무디스와 피치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이후에 한국의 경제적 상황과 지정학적 안전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며 7년 만에 등급을 올렸다. 이로써 한국은 외환위기(IMF) 직전 신용평가 등급으로 돌아왔다.

    신용 등급의 한 단계 상승이 국가가 일비일희 할 정도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경제사정이 불확실성에 빠져 있고, 유럽의 국가 일부분과 프랑스, 스페인, 일본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들은 오히려 등급이 강등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에 투자부적격(무디스 :Ba1, S&P : BB+ 피치:B-) 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시작한지 16년 만에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쾌거를 이룬 것으로 여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는 S&P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준 것을 들었다.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이 순조로운 데다 갑작스러운 체제붕괴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위험이 감소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튼튼한 재정, 양호한 대외부채 등이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면 일반정부 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올해에도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반정부의 순 부채 수준도 국내총생산 대비 21%로 추산하면서 상당히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S&P는 또한 부정적인 요소로는 부동산 시장불안과 가계부채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삼사의 잇따른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세계 경기 침체에도 한국경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고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경제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국책은행 공공부문과 민간금융기관, 기업 신용등급 상승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개별 기관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부담이 감소한다.

    일반적으로 국가나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미국 재무부 증권 금리나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 금리에 추가 금리를 추가로 해서 빌려 온다. 위험도가 높으면 높은 이자를 내고 낮으면 적은 이자를 지급한다. 그래서 신용등급을 각 국가마다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는 높은 금리로 높은 국가는 낮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접적인 효과로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외부자금 유입이 빨라지면서 건전성도 개선돼 주식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 국가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P의 한국 신용등급 상승 발표가 있은 후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등급 상향 효과가 금융권과 기업체에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서민경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는데 이를 증명하듯 이날 코스피 지수가 2.92% 오른 2007포인트로 마감해 그동안 큰 폭의 지수조정으로 주름살을 찌푸린 개인투자자들이 활짝 웃을 수 있게 해줬다. 2012년 현재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수는 대략 성인 인구의 12%로 나타나 4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연방준비제도가 13일 매달 400억 달러 어치의 주택담보부 채권을 무기한 사들이겠다고 발표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미국에서 풀릴 자금이 등급이 상승된 한국에 유입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경제전문가는 미국의 국내투자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에 쏠림현상이 과대해 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기를 당부했다. 미국이 돈을 무제한 풀겠다는 것은 그 만큼 미국경기가 좋지 않다는 반증도 되는 것이니 기업들은 공격 일변도의 사업 확장보다는 보수적 입장에서 차분히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한국 내의 경제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지만 국제 분위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는 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에 국제상황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일자리 창출도 되고 가계 경제도 나아질 수 있지만 국제상황을 무시한 무리한 투자로 기업의 내성이 약해지면 줄 도산하게 되어 외자유치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신용등급 향상으로 과거에 외자유치를 하던 때보다 훨씬 쉽고 좋은 조건으로 언제든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무리해서 여지 것 이룬 것들을 잃는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예전의 IMF(외환위기)시절을 거울로 삼아 어려웠던 시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