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해 눈길을 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는 주로 음지에서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지만 이번 방중에서는 김정은 체제에서 달라진 정치적 위상을 반영한 의전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장 부위원장을 보좌하게 될 대표단의 면면은 사실상 북한의 정상급 대표단을 연상케 한다.

    이번 대표단은 김성남 당 국제부 부부장,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김형준 외무성 부상 등으로 이뤄졌으며 규모도 50명선으로 알려졌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베트남과 라오스 순방에 리용남 무역상, 강민철 채취공업상, 궁석웅 외무성 부상 등이 북한 권부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내각 관계자들만 참가한 것과 비교해도 장 부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가늠케 한다.

    특히 대표단 김성남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어 전용 통역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접견 때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북한 최고지도자의 통역을 도맡아 왔다.

    장 부위원장의 이번 중국 내 활동에서도 김 부부장이 중요한 통역을 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최고지도자에 준하는 위상임을 보여준다.

    북한은 장 부위원장의 방중에 앞서 선발대를 보낸 것으로 중국의 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선발대는 김 위원장의 방중 등 국가원수급 방문 때만 파견해 왔다는 점으로 보면 장 부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번 방중을 평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하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대목이다.

    작년 6월 황금평 및 나선 특구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제2차 회의 참석 때는 회의와 착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장 부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전했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도 단독으로 유럽이나 중국 등을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매체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2002년 경제고찰단으로 남한을 방문했을 때는 단장으로 박봉주 당시 화학공업상을 내세우고 장 부위원장은 뒤로 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에서 보이는 이 같은 변화는 그가 나이 어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사실상 섭정하면서 북한 체제를 이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이번 장성택 부위원장의 방중에서 북한이 보여주는 의전은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정치적 위상이 매우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장 부위원장이 평양을 비울 결심을 한 것은 그가 안정적으로 북한을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도 장 부위원장을 극진히 예우하고 있다.

    중국국제항공 CA122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장 부위원장은 중국 측이 제공한 캐딜락 차량을 타고 숙소로 추정되는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이동했다.

    중국의 영빈관인 댜오위타이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빈이 묵는 장소로 숙소 뿐 아니라 회담장과 만찬장 등이 마련돼 있어 장 부위원장의 방중 일정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은 이처럼 북한의 실세임을 과시하면서도 공식직함으로 당 행정부장으로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을 사용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북중 간의 '당 대 당' 외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한의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교류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하기 위한 직함 사용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최고통치기구가 국방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국방위원회의 상대역으로 걸맞은 조직이 없어 당의 직함을 이용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