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힐링캠프에만 등장..비판 배제 예능식 정치에 “비겁하다” 비난 고조
  • “100분 토론이라도 한번 나오던지…”

    안철수를 바라보는 정치권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참여 선언을 끝까지 유보하다가 유권자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때 책을 출간하고 TV에 출연하면서 텐션(tension·긴장)을 줘 자신을 지지율을 지킨다.

    마치 연예인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단점은 결코 노출시키지 않는다. 검증과 평가가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는 결코 응하지 않으면서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안철수식 정치’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여야 한 목소리로 안철수를 ‘비겁하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정치권 평가가 어찌됐든, 일단 안철수는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은 초판 4만부가 하루만에 매진됐고, 22일까지 8만부가 추가로 출고됐다. 변수에서 상수로 화려하게 변신한 셈이다.

    발매 당시 책을 구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서점 앞에 길게 줄을 선 보좌관들과 기자들의 모습은 정치권과 언론 모두가 안철수에 미쳐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김영사측이 19일 국회 후생관 앞에서 취재진에게 책을 나눠주고 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김영사측이 19일 국회 후생관 앞에서 취재진에게 책을 나눠주고 있다. ⓒ 연합뉴스

    ◆ ‘비판’ 할 줄은 알지만 받을 줄도 알까?

    간혹 안철수 말 한마디가 나오면 그 말과 관련된 기사가 족히 일주일은 나온다. 정식 인터뷰로 나온 얘기는 하나도 없다. 지난 10·26 총선 직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와 같은 말이다.

    그러면서도 일방적인 소통인 책 출간이나 화기애애한 예능 프로그램만 고집하면서 쓴소리는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는 저서를 통해 ‘일방적’, ‘강행’이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가며 현 정부의 대북·사회·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자신만은 홀로 고고한 척 ‘야권인 민주통합당도 잘 한 것 없다’는 식의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판에 나가서 상처받는 것, 망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 MBC라디오 제정임 세명대 교수(안철수 저서 대담자)가 전한 안철수의 말

    그래놓고 말은 이렇게 한다. 오죽했으면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안철수에게 ‘성직자처럼 굴지 말라’고 했을까?

    “안철수 원장의 얘기에 조금은 실망했다. 세상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그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따라서 내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는 것이 정치인의 바른 자세인데 (안철수의 말은) 어떻게 잘못 해석하고 받아들이면 나는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것은 일반적인 예를 들면 성직자의 태도일 수는 있지만 정치인의 태도로는 적절치 않다.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세력이 못 했으니까 내가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일종의 피할 수 없는 숙명론, 가능하면 내가 피하고 싶다, 예수님이 성경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성직자의 태도가 아닌가 한다.”
     -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 라디오 방송에서

    이처럼 ‘동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손잡기를 희망했던 야권까지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안철수 자신에게 쏟아질 비판에 대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무릎팍도사’에서 인기를 얻어 서울시장을 만들고, ‘힐링캠프’를 통해 얻은 인기로 대선을 노리는 안철수가 이러다 ‘1박2일’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대통령 취임연설을 ‘무한도전’에서 한다고 해도 뭐가 이상할까 싶다.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연합뉴스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연합뉴스


    ◆ 제 발등 찍고도 찌질한 민주통합당

    사실상 대선판에 뛰어든 안철수가 노리는 다음 목표는 민주통합당의 몰락이다.

    “봐라!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율이 안 뜨지 않느냐.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안철수가 가질 수 있는 출마 명분은 결국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도 이제는 자신들이 단순한 ‘먹잇감’ 혹은 ‘이용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시간은 늦었다. 마치 이해찬 대표가 안철수에게 했던 말을 안철수가 그대로 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이 안철수에게 했던 행동은 모두 안철수에게 이롭게 작용했고 제 살을 깎아먹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안철수 열풍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4·11 총선에서는 패배했다. 그래도 끊임없이 안철수만 바라보다가 그나마 가진 지지세력도 안철수에게 헌납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세력이 안철수에게 옮겨간 것보다 민주통합당 지지세력의 이탈이 더 컸다는게 양당의 공통된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민주통합당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안철수의)정책은 민주(통합)당과 거의 비슷하고, 새누리당 집권에 대한 반대 입장이 분명해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러고 있고, 손학규·김두관 등 대선 후보들은 ‘왜 안철수만 힐링캠프에 출연시키느냐’며 반박한다.

    과히 ‘진상’이라 할만하고, 한편으로는 이러니 대학교수 한명에게 이렇게 휘둘린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자신들이 진정 정치인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나도 힐링캠프 출연시켜달라’고 생떼를 쓸게 아니라 안철수를 단순한 연예인으로 치부할 배짱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정치와 정당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이를 소위 개(?)무시하는 안철수의 전략에 그대로 동조하는 셈이다.

    ‘정권교체’에만 정신이 팔려서 좌파 시민단체 거두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헌납하고, 종북논란을 빚은 정당에게 끌려 다니다 총선에 패배하고, 결국에는 일개 대학교수에게 대선판까지 차려주는 민주통합당의 찌질한 자존심에 고개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