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같던 최측근 식물정부 적시타 때리고 ‘잠적’“대통령 사과해야” 분위기..李 대통령 계속 ‘침묵’
  • “이상득 의원 사건과는 문제가 다르다.”

    청와대가 끝없는 침묵에 빠졌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믿을 수 없다. 외부활동이라고는 거의 없던 사람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1997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측근 중의 측근인 김 실장이다. 15년 간 식구처럼 지내온 그가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는 MB 정부를 ‘식물정부’로 전락시키는 ‘적시타’를 때렸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18대 총선에 출마했던 만사형통(萬事兄通)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구속)의 뇌물 수수와는 다가오는 느낌부터가 다르다는 게 청와대 내부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와 사건 당사자의 대처다.

    청와대가 김 부속실장의 혐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왔다. 개인적 사유(병가)로 휴가를 낸 게 아니라 청와대가 이미 자체 조사에서 김 실장의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주말 사실상 직무정지 조치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김 부속실장은 “청와대로 복귀해 조사를 받겠다”는 오전의 약속을 팽개치고 아예 잠적했다. 그가 민정수석에게 전화상으로 전한 “사퇴하겠다”는 말만 남았다.

    잠적한 김 부속실장의 속내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대통령과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았던 그마저 이번 사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 신문을 보는 이명박 대통령.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 자료사진
    ▲ 신문을 보는 이명박 대통령.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 자료사진


    그렇지 않다면 분명 청와대로 즉시 복귀해 사실을 밝히고 석고대죄 했어야 했다는 게 측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당사자는 사라졌지만, 주군은 여전히 청와대에 남아있다. 모두가 한사람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언제 대국민 ‘사과’를 하느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이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하는 등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 아직 사과는 없었고, 사과하겠다는 계획도 나온 게 없다.

    사실상 이번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언급할 수 있는 참모는 없다. 대통령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무엇보다 설령 그런 참모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마치 터져버린 사건을 두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꼴이다.

  • ▲ 청와대 전경.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 자료사진
    ▲ 청와대 전경. 해당 기사와는 관련 없음 ⓒ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거자금을 주도해 온 친형이 구속됐는데도 대통령께서 사과 한마디 안하고 계십니다.”
     -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

    청와대가 사과를 늦추고 있는데는 또 다른 속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 해도 상황이 변하겠느냐?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

    “그러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말은 왜 해서…”

    청와대 한 말단 행정관의 이 말처럼 등 떠밀려 하는 사과에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현 정부가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