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정책위의장,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아냐”언론 탓 “앞서 갔다”…불러놓고 읽을 때는 언제고
  • “선심 공약 100개 던져서 하나만 걸려라? 17대 대선에서 허 모 후보가 그랬던 기억이…”

    민주통합당이 두서없는 정책 추진으로 또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대를 폐지하고 전국 거점 국공립대를 연계해 연합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야심차게 밝힌 ‘대선 공약’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불과 하루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선거를 앞두고 무작정 포퓰리즘을 공표하고 이후 반응을 지켜보는 이른바 ‘선(先) 공표 후(後) 여론수렴’ 방식에 정치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현재 학부모·국립대학·서울대·사립대 등 사회 각계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를 검토해 향후 대선 공약으로 내걸 것인지 당론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방국립대들을 서울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시켜서 학벌 위주의 사회·과도한 입시경쟁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정책위의장은 언론 탓을 했다. 아직 검토 중인 사안을 너무 확대 해석했다는 얘기다.

    “국립대 연합체제구축 방안을 ‘서울대 폐지론·국립대 통합 방안’ 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번 문제는)언론이 좀 앞서 갔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정책위의장은 전날인 2일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가진 자리에서 이 같은 정책을 공식발표했다.

    당시 이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오는 2017년까지 ‘서울대’라는 명칭을 없애겠다. 전국에 서울대가 생기는 셈이다.”

    “어릴 때부터 서울대 보내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과외 등 사교육 문제와 치열한 입시경쟁이 생기고, 학벌 위주와 대학 서열화로 기업에서도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이 정책위의장은 ‘의견 수렴 중’, ‘검토 중’, ‘모색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제1야당의 정책위의장이 자청한 기자회견인 만큼 언론은 사실상 이를 정책 입안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발빼기’는 ‘서울대 폐지론’ 정책발표 이후 여론이 극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을 보유했던 프랑스·독일의 경우, 민주통합당의 정책과 비슷한 정책을 먼저 실행한 결과 ‘학력 하향평준화’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조사한 세계 대학 순위 ‘50위권’에도 단 한 개의 대학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에도 집권당 주도로 같은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여론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미 폐기된 정책을 다시 꺼내들고 나온 셈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설레발’에 정치권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서울대는 기초학문 육성과 첨단과학 연구 등 학문 발전에 기여한 곳이다. 그런데 아무런 대안도 없이 서울대를 폐지한다는 것에 찬성하기 어렵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의 연합체로 통폐합해 ‘국립대 서울캠퍼스’, ‘국립대 부산캠퍼스’ 식으로 개편하는 것은 대학 이름만 바꾸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를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민주통합당의 ‘쇼’라고 비난했다.

    “이미 폐기된 정책을 선거판에 또 끌고 나오는 이제는 식상한 전법이다. 더 이상 국민은 그런 포퓰리즘에 속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성장했고, 그런 전법을 벌이는 정당만 오히려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