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희는 온 세계를 향해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국정원을 ‘개싸움시켰다’고.

    국정원은 1987년에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조사해서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 김현희가 저지른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을 돕기 위해 ‘김현희는 가짜’라고 조작하려 했다. 김현희 가짜 조작도 국정원을 통해서 시도하려 했으니, 이것이 개싸움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말이다.

    그녀는 또 말했다.

    “이념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나침반이다. 그러므로 이념은 곧 안보이다.”

    시청자들이 최근 보았던 TV 인터뷰 중 지난 6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종편’ <TV조선>을 통해 방영된 김현희 인터뷰 만큼 파장이 큰 것은 아마 없었을 것 같다. 너무나 당당한 김현희, 흰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양쪽에 국정원 관계자들에게 붙잡혀 비행기에서 내리던 젊은 암살자는 중년의 원숙한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김현희는 또 다른 핵심 키워드를 던졌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종북(從北)을 배양했고 이명박 정부는 종북을 방치했다...”

    그 다음날, 역시 <TV조선>에서 또 다른 여인이 입을 열었다. 걸프전 취재를 통해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린 MBC 이진숙기자이다. 어느 덧 중년이 된 그녀는 MBC기획홍보본부장 자격으로 MBC노조파업은 잘못된 것임을 증언했다.

    그녀도 폭로했다.

    “경력기자를 채용했다. 그런데 하루도 일하지 않고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도 있다. MBC 입사하자마자 누구의 말을 더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MBC가 공영방송이 아니고, 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것이다. 임기 3년짜리 사장한테 찍히면 3년 고생이지만, 노조한테 찍히면 30년 고생이라는 소문을 뒷받침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MBC 김재철 사장과 무용가와의 근거없는 스캔들 억측에 대해서도“99.999%는 아니다, 김재철 사장은 단 한 건도 사규를 위반한 적이 없다”고 변호했다.

    그녀의 당당한 대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힘을 얻은 김재철 MBC사장은 27일 지하철 신문에 정치인을 직접 지목한 광고를 실었다.

    광고문안은 대단히 공격적이다. "이래도 정치 파업이 아닌가", "파업 가담 안하면 회사 못 다니게 할거야", "누구를 위한 공정성인가", "그들은 왜 노조 집회로 왔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야당 소속 정치인들의 얼굴사진까지 실었다.

    얼마 전에는 월드컵 예선경기의 텔레비전 중계방송이 무산될 뻔 한 적이 있었다. 중계권을 가진 월드스포츠그룹과 국내 3개 공중파 방송과의 중계비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표팀의 축구 A매치를 국내 시청자들이 볼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사태가 벌어질 뻔 했을 때, 한 방송사가 나섰다. ‘종편’ <jtbc>였다.

    종편이 문을 연 지 반년정도가 지났다. 충분한 홍보없이 시작하는 바람에 초기엔 시청률이 낮아 시도 때도 없이 도마에 올랐다. 그렇지만, 언론기능으로만 보자면 종편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

    이쯤해서 우리는 방송의 기능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미 뉴스를 보도하는 채널은 넘친다. 기득권을 가진 <KBS> <SBS> <MBC>는 그렇다 치더라도 <TV조선>, <채널A>, <jtbc>, <MBN>에, <YTN>, <뉴스Y>까지 있다. 지역방송에 특정 분야 뉴스만 전하는 채널을 합친다면 훨씬 더 늘어난다.

    MBC노조는 1월 30일부터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고 외부세력의 사주와 정치기자들의 장난을 동력삼아 150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 30일엔 노조 후원 행사를 연다고 한다. 그 제목이 참 재미있다. ‘보고싶다 무한도전’이란다. 정말 상징적이지 않는가? ‘보고 싶다 MBC뉴스’는 왜 없는가?

    경영진은 조금 양보해서 무한도전을 살리면 좋을 것 같다. 무한도전을 어느 PD가 맡아서 제작하느냐고? 그것은 내부 문제이니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MBC에서 뉴스기능을 빼고 ‘드라마 오락 종합채널’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