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200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솔직히 재미가 너무 없다. 무슨 ‘재미’로 선거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달뜨게 할 그 무엇이 아직없다. 종북주의자들 탄로났으니, 가면 쓴 늑대들을 몰아내는 일은 당연히 계속돼야 하겠지만, 그것 가지고는 뭔가 허허롭다.

    민주통합당은 전국을 돌면서 무슨 경선인가를 하는데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 참신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안철수 교수는 뜸만 들이고 간만 보면서 약을 올리고…그러다 자기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갈팡질팡 애드벌룬만 띄운다. 그가 어디로 갈 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의원은 여러 가지로 국민들에게 능력과 신중함과 결단력을 보여줬고, 상당히 견고한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냈다. 하지만 대선 판국은 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통령선거가 단순히 대통령 바꾸고, 정권이 이 정당에서 저 정당으로 옮기는 투표행위로만 줄어들어서는 안된다.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라 나라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동력(動力)이 되어야 한다.

    지난 4.11 총선에서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사람이 다행으로 여기듯이 통일진보당의 종북(從北)주의가 드러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곰곰 뒤돌아보니 그 외의 것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부산에서 28세의 손주조가 당차게 나와 문재인과 한 판 붙었던 것이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27세의 이준석과 72세의 김종인이 나와서 설쳐댔던 것이 그래도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파괴력과 신선함이 있었나 보다.

    이번 대선은 아직 그런 구석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좋은 기회가 남아있다. 최근 <뉴데일리>를 통해서 두 명의 칼럼니스트가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두 가지 좋은 제안을 했다. 하나는 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윤창중씨가 제안한 러닝메이트 카드이다. 박근혜의 단독 질주로 슛 골인 하는 것보다, ‘박근혜+김문수’ 러닝메이트 카드를 실천하면, 산업화+민주화의 완벽한 궁합이라는 제안을 했다.

    또 하나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두가지 제안이다. 그중 하나는 끝까지 임기를 같이 하는 미국식 대통령-부통령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윤창중씨의 제안과 유사하다.
    또 하나는 청와대를 시내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다. 구중궁궐같이 떨어져 있는 현재의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면 대통령이 국민들과 고립된다는 주장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다 맞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시대에 잘 어울리는 제안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부통령 러닝메이트가 실제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더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 상태에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대통령 출마자가 총리후보자를 미리 지명해서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 왜 안되겠는가? 혼자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보다 대통령-총리 유세를 하면 흥행 효과는 2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배로 올라갈 것이다.

    능률적인 국가운영을 염두에 둔다면 유능하고 정직하며 근면하고 검증된 행정 테크노크라트를 아예 총리로 지명하면 된다. 북한과의 정면대결을 염두에 둔다면 장성 출신을, 혹은 북한전문가를 총리로 지명해도 좋다. 세대 차이를 좁히려면 40대 초반을 총리 지명자로 세워 안될 게 무엇이냐. 국가경제를 새롭게 변모시키려면 그 쪽 전문가를 세울 수도 있다. 단, 대통령 출마자는 굳게 결심하고 약속해야 한다. 총리의 권한과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청와대를 옮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용산공원을 조금 떼어내어 대통령 집무실(이름도 아예 바꾸자)을 만든다고 크게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보다 정말 더 혁신적이고 웃음을 짓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창경궁이나 덕수궁 경복궁 중 일부를 개축해서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한다면 5천년 한민족의 역사와 아름다움이 설명도 필요없이 국내외에 널리 전해질 것이다.

    사실 크게 달라지는 내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장 쉽고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를 옮긴다고 했을 때는 시끄럽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했으며 비용도 많이 들고 반대가 매우 심했다. 청와대의 위치를 옮기고 선거전에 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이런 모든 부작용이 별로 없다.

    생각 하나만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 이것이 정치의 생산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