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공연 중단에 동물학대자로 몰려조련사와 ‘교감’ 없인 불가능..
  • ▲ 1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련사들과 함께 돌고래들을 만나고 있다.ⓒ
    ▲ 1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련사들과 함께 돌고래들을 만나고 있다.ⓒ

    12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고래 ‘제돌이’의 귀향계획을 밝히면서 새삼 주목을 받은 이들이 있다.

    서울대공원 조련사들이다. 천부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심성을 갖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일을 할 수 없는 직업이 동물원 사육사, 조련사들이다.

    어미가 새끼를 버리면 제 자식처럼 부둥켜안고 애지중지 키우는 그들의 모습은 ‘진자리 마른자리’가리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 그들이 요즘 며칠 새 많이 지쳤다.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소리건 나쁜 소리건 언론과의 대면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의 귀향 결정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은 온통 불법 포획된 돌고래의 야생 방사에 맞춰져 있었다.

    불똥은 돌고래 공연으로 튀었고 서울시는 '동물학대 논란'을 이유로 공연을 잠정 중단했다. 한순간에 동물원과 조련사들은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학대한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 ▲ 조련사의 눈물  (과천=연합뉴스) 박원순시장이 12일 서울대공원을 방문, 불법 포획된 뒤 서울대공원에서 살고 있는 돌고래를 자연 방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정든 돌고래 `제돌이'와 헤어지게 된 조련사 박모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련사의 눈물 (과천=연합뉴스) 박원순시장이 12일 서울대공원을 방문, 불법 포획된 뒤 서울대공원에서 살고 있는 돌고래를 자연 방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정든 돌고래 `제돌이'와 헤어지게 된 조련사 박모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돌이’의 귀향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끝내 눈물을 보인 박모 조련사의 뒷모습에는 어딘지 모를 서러움이 묻어났다.

    “퇴근시간은 저녁 6시지만 시간에 맞춰 퇴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던 그녀는 제돌이의 전담 조련사다. 단지 공연만을 위해 훈련을 시키는 관계였다면 그만큼 서럽지는 않았을 터였다.

    동물보호단체를 비롯 일각에서는 돌고래 공연을 동물학대라며 반대하고 있다.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이었던 범고래 케이코는 아주 작은 수조에서 사실상 갇혀 지내며 하루 5번씩 공연에 나섰다.

    이것은 분명 학대다. 그러나 ‘제돌이’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대공원을 여기에 비교할 수는 없다. 장소와 시설 모두 공연에 나서는 돌고래들이 충분히 휴식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구조다. 무엇보다 돌고래를 대하는 조련사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돌고래나 물개의 공연은 조련사와 동물의 교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돌고래마다 전담조련사가 따로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돌고래는 공연을 위한 물건이 아니라 ‘친구’이고 동반자였다. 그 점에서 이들은 영화 프리윌리의 꼬마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학대라 몰아세우는 일각의 눈길에 조련사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천직으로 여기던 직업에 대한 회의도 들었을 것이다.

    동물의 복지를 위해 공연을 중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돌고래들과 동거동락한 조련사들을 파렴치한 동물학대자로 단정 짓는 행태는 독선이다.

    박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사 결정이 내려진 뒤 울컥한 마음에 제돌이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울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제돌이가 오히려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