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회의’···상상 초월 북한 인권 탄압 실상 낱낱이 공개
  • [제네바=김태민 특파원]

    울분을 쏟아내는 자리였다.

    그동안 어떻게 참아왔을까. 탈북자들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회의’에 참석한 탈북자들이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 실태를 낱낱이 폭로했다.

    이날 회의에는 북한군 장교 출신의 탈북자 김주일씨와 북한에 3번이나 북송된 김송주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대표단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새누리당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안형환-이은재 의원도 회의에 참관했다.

  • ■ “탈북자 가족까지 가혹한 처벌받는 북한 인권을 아는가”

    김주일씨는 “영국에 와서 보니 내가 살던 고향, 내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조국이 얼마나 잔인한 독재국가인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중국이 탈북난민들을 경제형 불법 월경자라고 생억지를 써도 북한정권은 엄격히 정치적 반동분자로 구분하고 가족까지 포함해 가혹한 처벌을 내린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청했다.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그는 “현재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알려진 것만 전국적으로 5개소이며 노출되지 않은 수용소, 군사용 수용소까지 계산하면 그 수는 추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수용소 건물이 해체돼도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존재하는 한 수용소는 다시 세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북한 지원에 대한 비관적인 입장도 밝혔다.

    그는 “현재의 방법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 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정권의 생명만 연장시켜주며 자선단체의 실적 쌓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인권과 인도주의가 분리될 수가 없는 특수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일씨는 “국제기구가 북한에 대한 실체를 정확히 알고 북한 지원 및 인권을 연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북한을 바꾸는 기본 힘이다. 유엔 제네바 본부 앞에서 북한 인권을 위해 목숨울 걸고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온 많은 한국 관계자, 인권 투사들이 내일 캠페인을 가진다. 단 3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라도 여러분들이 양심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 ■ “北 보위부원들은 여성 몸속에 손을 넣어가면서까지 돈을 탈취” 

    북한에 3번이나 북송된 김송주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는 두 차례나 강제을 노동하며 목격한 인권유린 실태를 설명했다.

    “북한 보위부가 실시하는 고문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 고통을 피하고자 죄가 없어도 죄가 있다고 대답한다.”

    김송주씨는 “북송된 모든 사람들은 알몸으로 검색을 받는데 보위부원들은 맨손으로 여성들의 생식기에 손을 넣어 가며 숨겨진 돈을 탈취하기까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북자들의 참담한 인권 실태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구류장 내에서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11시에서 보통은 새벽 1시~2시 경에 잠을 재우는데 7평 남직한 공간에 40~50명씩 생활하기 때문에 잠을 자도 거의 대부분 앉아서 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공개총살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국에서 단지 먹거리를 살돈이 없어 한국 선교사를 만난 것만으로도 ‘돈을 받고 간첩 임무를 받았다고 죄명을 씌워 공개처형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온 임산부에게는 태아 떨구기 고문을 들이 대면서 ‘중국놈의 종자를 배고 온 조국의 배반자’라며 강제 낙태를 시켰다"고도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김송주씨는 “아직도 길에서 경찰 싸이렌 소리가 들리면 중국에서 체포되던 악몽이 되살아나 온 몸이 떨리고 두렵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최근 강제북송 위험에 놓인 탈북난민들이 북한으로 호송될 위험에 놓여있다고 뉴스에서 보았기 때문에 저는 이들의 심정을 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북자들은 북송되지 않으려고 늘 쥐약과 면도칼, 심지어 수류탄까지 소장하고 다니는데 이는 북송되는 것 보다 죽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이 북한주민의 인권을 찾아주고 지켜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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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날 회의에서 탈북자들은 사전에 준비해 온 북한의 인권침해에 관한 동영상을 상영했다.

    잔잔한 배경 음악을 시작으로 북한의 처참한 실상이 공개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해졌다.

    회의장 밖에서는 탈북자들의 고통을 알리기 위한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 수감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든 그림들로 구성됐다.

    탈북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가 주최하고 '북한인권개선모임', '통일시대사람들'이 전시회를 주관했다. 이날 1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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