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제주목사와 영월군수가 바다와 산을 사이에 두고 주고받은 시(詩)를 묶은 '영해창수록(嶺海唱酬錄)' 번역본이 300년 넘는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제주에서 발간됐다.

    제주시 문화유적지관리사무소(소장 고매숙)는 16세기 중엽 제주목사 조사수(趙士秀)와 친구인 강원도 영월군수 박충원(朴忠元)이 서로 섬과 산골 벽지에서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66차례나 주고받았던 한시 132편을 묶은 영해창수록 역주본을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영해창수록에서는 1540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조사수가 당시 제주지역 사람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행태와 생활 터전에 관한 모습, 지역 풍광에 대한 인상기, 지역 방어를 위한 고민 등을 오언절구의 짧은 시에서부터 칠언율시의 긴 시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어 16세기 제주도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영해창수록은 저자 박충원의 5대손인 박성석(朴星錫)이 제주목사로 재임하던 숙종 28년(1702년)인 18세기 초 제주영(濟州營) 내에서 발간한 목판본 자료로, 309년만에 다시 제주에서 역주본이 발간된 것이다.

    총 580쪽으로 구성된 이 역주본은 영해창수록 간행추진위원회(위원장 문충성 시인ㆍ제주대학교 명예교수)의 자문 아래 전통문화연구가인 현행복 제주소리연구소장이 번역하고, 심경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가 감수했다.

    목판본의 원본은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문화유적지관리사무소는 영조 13년(1737년)에 밀양박씨지만 파(派)가 다른 박영구(朴永龜)에 의해 제작된 필사본을 2006년에 구입한 뒤 지난 2007년에 제주목(牧) 사료집 제2책에서 이 필사본을 영인하기도 했다.

    현행복 소장은 "시의 내용으로 보면 500여 년 전의 섬과 산골 마을의 인문지리적 특성을 잘 담고 있고, 출판의 시각에서 보면 300여 년 전 제주의 출판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15일 오후 4시 본청 제1별관 회의실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