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유혹
        김예원 /이화여 영어영문학과 [한국선진화포럼 8기 홍보대사]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순진한 이브는 사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녀는 선악과만은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활한 사탄의 말솜씨에 넘어가 마침 배가 고팠던 이브는 열매를 배가 불러 올 때까지 실컷 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아담에게까지 선악과를 권한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는 곧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당하고 만다. 이처럼 달콤한 유혹의 끝은 불행한 결말이라는 것을 까먹고 있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복지라면 무조건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이미 사탄의 달콤한 유혹의 늪에 빠져 쉽게 헤엄쳐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나는 복지 사회 개설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은 않다. 다만, 현재 대한민국의 복지의 길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통한 장기적인 안목이 선행돼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복지수준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한국은 복지국가가 아닌 것일까? <대한민국 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에 따르면 복지국가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세 가지 기준을 살펴보았을 때, 한국은 이미 복지국가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제도가 성숙되면서 복지 비용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67) 어떤 일이든지 초기에 잘 정착하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는 반면에 초기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계속 일이 꼬이고 꼬여 더 이상 손을 대기 힘든 상태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대한한국의 복지의 길이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한국의 수십 년 후의 미래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중대한 사안이다.
     
     10.26 서울 시장선거 이후 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정치인들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싱그러운 사과 한 입을 베어 무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나, 사과를 베어 문 후, 자신에게 닥칠 상황까지는 상상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명동은행회관 빌딩에서 열린 월례토론회에서 현진권 교수가 언급하셨듯이 “복지는 한 번 실시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따라서 복지 제도를 설계하고 도입하는 과정은 매우 철저하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최근 좀처럼 호재가 보이지 않는 그리스 재정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섣부른 복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그리스 경제는 유럽의 우등생 그룹에 들었으나 표를 사는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을 계속 뽑아준 유권자의 합작품의 결과로 그리스는 타락하고 말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줘라 (Give them all)”을 외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시작으로 많이 쓰고 적게 걷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였다.
     
    만약 복지 비용의 지속적인 증가가 장기적으로 사회에 초래하게 될 부작용을 무시하고 복지제도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시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돈을 더 쓰겠다는데 이를 말리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의 달콤한 맛을 한 번 보면 국민의 기대감은 당연히 급증하게 되고 양당 모두 복지를 대가로 표를 받는 표퓰리즘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필요한 것은 복지 확대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선별적 복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