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시장 '시장쌀가게' 조호연 사장
  • ▲ 상계동 상계시장 시장쌀가게 조호연 사장ⓒ 양호상 기자
    ▲ 상계동 상계시장 시장쌀가게 조호연 사장ⓒ 양호상 기자

    서울 상계동 상계시장은 요즘 들어 부쩍 썰렁해졌다. 지난 3월 상계 6동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문을 열자 그나마 시장을 찾던 손님들이 뚝 끊긴 것이다. 불과 6개월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상계시장에서 '시장쌀가게' 를 운영하고 있는 조호연(58) 사장은 인근에 생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해 묻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근 주택가에서 시장을 찾던 손님들마저 차를 갖고 마트로 장을 보러가기 때문이다.

    “상계 6동에 생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상계시장과는 2km 정도 떨어져 있어요. 나라에서 정한 1km 거리제한에서는 벗어나죠. 하지만 그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조 사장은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갖고 장을 보러 간다”며 “차가 있는데 2~3km 떨어진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거리에 제한해 두는 유통법은 상인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계시장처럼 주차장이 없는 시장의 피해는 더 크다.

    “안 그래도 저희 시장은 주차장도 없고, 차를 갖고 오면 골목에 불법주차를 해야 돼요. 그러다보니 손님들도 불안해하고⋯”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 사장은 기자에게 ‘얼마나 자주 장을 보러 가냐’고 되물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고 답하자 “요즘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보니 일주일에서 보름에 한번 장을 보죠. 홈플러스는 대량으로 물건을 때오니 저희보다 물건도 다양하고 저렴한 건 당연해요. 요즘은 골목 주민들까지 그쪽으로 장보러 가는 게 다반사죠”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형마트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계시장과 같은 소형 골목시장들은 유통법과 상생법과는 거리가 멀다.

    조 사장도 “중소상인 보호법은 개정되는데, 그것마저도 대형 전통시장 얘기예요. 저희 같이 작은 시장들은 그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계시장은 40년 전통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10개 이상의 점포가 있었지만 현재 장사를 하는 점포는 단 20여 곳에 불과하다.

    “인근 아파트 단지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갔지만 그래도 골목 주택가 사람들은 저희 시장에 많이 왔어요. 지금은 골목 손님마저 없으니 한 달에도 몇 곳씩 점포 문을 닫기도 해요.”라고 실상을 털어놨다.

    조 사장네 가게도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문을 열어놔도 손님은 많아야 4~5명이라고 한다. 임대료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 사장은 “몇 십년동안 운영해온 가게를 닫을 수도 없고, 적자를 보면서 운영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문을 연 점포수가 줄어들다보니 상계시장을 찾는 손님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상계시장과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상계동 도깨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깨비 시장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홈플러스니 뭐니 마트들이 들어서면서 골목 상권이 다 죽었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과 SSM 간에 상생 정책을 내놓는다고는 하는데, 저희 상인들은 점점 어려워요. 마트가 한 개씩 들어설 때마다 손님이 뚝 끊기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예요. 마트에서 세일이라도 하는 날엔 장사는 다 한 거죠.”

    유통법과 상생법의 허점을 파고든 대형마트들의 공습으로 소규모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