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치과 등장에 개별 개원치과 반발...밥그릇 싸움 대신 개방-경쟁형으로 가야
  • 치과 의료계가 개별 개원의들과 네트워크 치과병원으로 나뉘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치과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벌써 몇 년째 벌어지고 있는 이 싸움에 대해 모두다 한마디씩 할 정도로 해묵은 논쟁이다. 최근 sbs와 동아일보가 이 싸움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논쟁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치과개원의협회(회장 이상훈, 이하 개원의협)에 따르면, 네트워크 병원들이 저가로 임플란트 치료를 하며 과잉진료와 불법 무자격 시술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개원의협이 네트워크병원에 근무했던 의사의 양심선언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여러 자료를 제시하자 네트워크 병원측은 “개별 개원의들도 과잉진료와 위임 치료를 많이 한다”며 개별 개원의들이 벌인 1,700여건의 불법사항을 언론사와 언론중재위원회 등에 증거로 보냈다.

    네트워크 병원은 의사를 고용해 그룹명의 동일한 병원명을 쓰고 경영을 대신해주며 매출의 20% 정도를 받아가는 프렌차이즈형 치과다. 30여개에서 100여개의 병원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재료 공동구매 등을 통해 개별 병원보다 30% 정도 싼 가격에 임플란트 등을 시술하고 있어 급속도로 병원수가 늘어가고 있다.

    올해 초 이들은 이미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이하 치협)는 올해 가장 큰 모 네트워크 치과를 검찰에 고발했다. 의사 1명이 병원 1개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의사가 B의사를 고용해 B의사의 이름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경영을 대신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해에도 같은 건으로 불기소를 한 바가 있는 사안이라 다시 기소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 검찰은 불기소 결정의 근거로 2003년 10월23일자 대법원 판례(2003도256 판결)를 제시했다. 이 판레는 한 사람의 의사(갑)가 다른 의사(을)와 동업 형태로 병원을 개설하여 경영에만 참여할 경우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조항에 걸리지 않으며 명의자 본인 진료이므로 면허 대여에 해당되지도 않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것으로 의료법 위반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잉진료와 무자격자 진료문제가 불거졌다. 

    검찰이 의료법 위반이 없다고 하자 치협과 개원의협회는 과잉 진료와 무자격자 진료를 문제 삼아네트워크 병원측을 비판했다. 이에 네트워크 병원측도 개별 개원의들도 '발치할 필요가 없는 치아를 뽑아냈다', '치위생사가 충치 레진 치료를 했다', '간호사가 스케일링 시술을 하고 있다',‘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과잉진료를 한다’는 등의 폭로전으로 맞섰다.

    치협측은 “네트워크 치과의 과잉진료와 위임진료가 도를 넘어섰다”며 홈페이지에 '불법 치과진료 상담센터'를 개설, 일부 네트워크 병원측의 불법진료 행위 신고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가장 규모가 큰 유디치과그룹은 "전국의 치과 개원의를 돌며 환자로 가장해 불법 치료과정을 녹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정이 이런데도 이런 불법행위가 마치 네트워크 치과병원만의 책임인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발끈했다.

    유디치과그룹 김종훈 대표원장은 “구인 홈페이지,치과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네트워크 치과 의사들에 대한 인신공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치협은 네트워크 치과의 구인공고도 원천봉쇄하고 광고 심사권한을 악용해 마케팅도 막았다. 치과의 가격 거품을 빼고 투명한 회계로 질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데 이를 막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항변했다.
     
    유디치과그룹은 지난 22일 치협,개원의협,건강한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서울치과의사회,치과대학 교수들, 치과계 원로들에게 공개 연석회의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들도 이런 논전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제안한 유디치과그룹과 개원의협의 공개토론은 개원의협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 시각에서 보면 ‘제 얼굴에 침뱉기’이고 국민의 눈으로 보면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치기 쉽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번 논쟁을 계기로 치과의료계가 개혁해야 할 몇 가지 점들이 전면에 드러났다. 차제에 이 논쟁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전되어 높은 치과의 문턱을 낮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료서비스 수혜자 입장에서 보면, 우선 현재까지 환자들이 부담하는 진료수가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치과를 비교해보고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찾아 갈수 있는 개방형-경쟁형 의료서비스 시장을 소비자들은 원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이런 개방-경쟁형 의료서비스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소비자들은 원하는 것이다.

    다른 쪽 관심사항은 과연 치과병원들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현금으로 받아 탈세하는 관행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세무당국의 오랜 고민사안이다. 이번 논전에서 드러난 개인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의 납세 차이를 치밀하게 분석해 보다 투명한 납세 풍토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만연하고 있는 과잉 위임진료의 관행이 없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치과병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소득계층으로 꼽히는 치과 의사들은 이제 서비스 경쟁과 준법 진료로 고소득의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외국인 환자들을 국내로 유치하고 외국으로 병원과 의료인, 그리고 의료기술을 수출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 치과 의료계가 한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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